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자동차 부문을 분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포드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기차 사업을 떼어낼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일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리 CEO는 23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울프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디젤 차량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기차를 개발·제조·판매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전기차 사업의 성공적을 위해 분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주 포드가 전기차 부문의 분사를 검토중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보도 이후 이 회사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기차 사업을 키우려면 오히려 기존 조직 내에서 각 부문이 긴밀한 협업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게 팔리 CEO의 판단이다. 전기차 부문이 내연기관 부문의 엔지니어링, 제조 기술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리 CEO의 발언 이후 포드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포드는 전날보다 1.97% 내린 1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부문을 분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투자자들에게 확실히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 경영진들은 전기차 부문 분사를 고민하면서도, 전기차 부문이 다른 사업과 긴밀히 얽혀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지난해 12월 "GM의 모든 자산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에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세계 5대 완성차 업체(매출 기준)의 시총을 넘어서면서 월가에선 '전기차 부문 분사' 추측이 더 확산했다. 에마뉘엘 로스터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포드 전기차 부문이 분사하면 리비안 테슬라 등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보다 더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 기업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드는 전기차와 디지털 서비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 차량의 40%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