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의 70%…"도쿄의 고급 아파트를 샀습니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2-24 06:59
수정 2022-02-25 15:50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12억6000만원이었다. 반면 2021년말 도쿄 도심(23구)의 아파트값은 평균 8300만엔(약 8억6000만원)이었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의 수도인 도쿄의 아파트 값이 서울의 3분의 2 수준인 셈이다.

'내 생에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사기는 틀렸으니 차라리 도쿄의 아파트를 사겠다'는 투자가가 나오는 이유다.

1990년대 초반 버블(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3분의 1 토막났다. 도쿄 도심과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버블 경제 수준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도쿄 도심 아파트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도쿄 도심 역세권의 고급 아파트는 평균 임대료가 30만~40만엔이다. 매월 300만~400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운영하는 일본에서 장기체류 자격이 있는 외국인은 집값의 10%, 일반 외국인 투자가는 집값의 20~30%만 있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 금리 또한 1~2%로 세계적으로 낮다.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실물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윤경씨는 최근 도쿄 나카메구로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했다.

'차라리 도쿄의 집을 사겠다'는 투자가들을 위해 김씨로부터 경험담을 들어봤다. 김씨는 일본 장기체류자라는 점에서 일반 외국인 투자가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입지 선정부터 담보 대출까지 일반 투자가가 겪을 어려움을 똑같이 경험했기 때문에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카메구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동네 가운데 하나다. '살고 싶은 동네' 순위에서 5위권을 놓치지 않는 곳이다. 젊은 세대가 몰리는 세련된 동네이면서도 오래된 주택가와 상점가 등 전통적인 분위기가 혼재한다는 점이 거주자들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김씨가 구입한 씨티하우스 나카메구로스테이션코트는 2017년 10월 15층, 140세대 규모로 준공한 아파트다. 히비야선과 도큐 도요코선 나카메구로역으로부터 도보 4분거리다. 면적은 56.07㎡(17평)이다. 현재 시세는 평당 630~650만엔이다.

다음은 1문1답이다.


▷어떻게 해서 처음에 일본에 집을 사시겠다라고 생각을 하셨나요.

"신주쿠 회사 근처에 살았는데 회사가 이전을 하면서 그 지역에 살 이유가 없어졌어요. 처음에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주거형태인 월세를 찾기 시작했어요."

▷일본인들은 '집은 빌려 사는 거지 매입하는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잖아요. 집을 투자수단으로 보지도 않고요. 그런데도 집을 사겠다라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제 주변의 40~50대 일본인들도 집을 소유한 분들은 많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매월 30만~40만엔씩 월세를 낼 바에야 차라리 대출금을 갚으면서 내 집을 갖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평생 보유할 게 아니라 되팔아서 투자 차익을 낼 수 있다라는 부분도 감안하셨나요?

"나카메구로는 집값이 싸지 않은 곳이라 망설였죠. 저는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정말 살고 싶은 곳, 그리고 앞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곳이라는 점을 생각했습니다."

▷오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 입지면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거군요.

"지금은 일본의 장기체류자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 또다시 해외로 나가야 할 경우 바로 임대를 할 수 있는 곳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카메구로로 정한 이유는요?

"제가 잘 아는 곳, 평소에 자주 가서 익숙한 곳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근무하시는 곳까지는 지하철 한 번에 연결이 되는 곳인가요.

"한 번 갈아타서 갈 수 있고, 자전거로는 3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도 검토하셨나요? 도쿄에서 추천할 지역이 있다면요?

"예전에 살았던 에비스(도쿄의 또다른 고급 주택가) 쪽도 알아보긴 했는데 신축보다는 중고 아파트 위주로 물건이 있었어요. 중고 물건을 사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들더라고요. 나카메구로는 신축 아파트였던 점이 아주 큰 메리트였습니다."

▷신축 아파트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대신 이사 비용을 지원받았습니다. 좀 특이한 경우인데 저는 모델하우스였던 집을 샀기 때문에 가구도 구비가 돼 있었습니다."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면 부동산 회사에서 이사 비용을 지불하는게 흔한 경우인가요?

"제가 거래한 부동산 회사는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면 이사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신축 주택을 구입할 때 초기 비용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택대출을 받는데도 사무 수수료, 보증 수수료 등 여러가지 비용이 들어갑니다. 부동산 소개료, 등기 비용 등을 포함하면 초기 비용이 집값의 7~10% 정도 됩니다. 이런 비용까지 포함해서 주택대출이 주택가격의 110%까지 나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은 재해가 많은 나라잖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대비를 하나요?

"화재 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구요. 지진 보험도 옵션으로 가입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일본은 침수가 잦아서 매입 지역이 침수가 잘 되는 곳인지 따져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일본은 장기수선충당금이 비싼 걸로 유명한데요.

"신축은 1~6년과 7~12년, 12년 이후 점점 충당금이 비싸집니다. 일본에서 주택을 매입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월 2만~3만엔 정도인가요?

"이 건물은 2017년 10월 준공이어서 아직 초기 충당금 비율이 적용됩니다. 한 달에 1만5000~1만8000엔 정도입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집을 살 때 제일 중요한 건 대출이잖아요? 대출은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 건가요?

"저도 가장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부분입니다. 일본에서 주택 계약을 하려면 은행의 주택심사 가심사 승인을 받아야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약속한 날짜에 주택 대출이 최종 승인을 받으면 열쇠를 받아서 입주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부동산 회사가 소개한 일본의 대형 은행을 통해 자기자본의 20%를 넣고 집값의 80%를 대출받는 구조로 가심사 승인을 받았습니다. 계약은 2019년 8월, 입주는 이듬해인 2020년 4월이었는데 대출 심사에 시간이 걸리면서 결국 8개월 늦은 2021년 12월에 입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윤경씨는 대출 심사와 대출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영주권까지 따셨는데요?

"대출 심사가 더 수월해진다는 얘기를 듣고 영주권을 취득했습니다. 그래도 은행에 따라 대출심사 기준이 다 달라서 제 경우는 7개의 은행에 신청을 했는데 다 거절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지방은행에서 승인을 해줘서 집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7곳에서 거절당한 것은 외국인이기 때문인가요?

"일본에서 신용정보가 많지 않거나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충분하지 않으면 승인이 안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주택대출은 은행에 신청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증회사의 보증을 받아서 은행이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보증회사와 은행이 협업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본 신축 아파트는 이사가 같은 날 몰리지 않는다면서요?

"내가 원하는 날짜에 입주하는게 아니라 부동산 회사에서 짠 스케줄에 따라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140세대인데 제각각 스케줄이 달랐어요. 저는 마지막 구매자였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날 입주했습니다."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되면 임대를 놓아야 할텐데요. 그 부분도 고민해 두셨나요?

"물론입니다. 저 같이 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전근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가 빨리 돼야 합니다. 제 주변에도 아자부주방이나 에비스 쪽에 집을 소유하던 지인들이 귀국하면서 임대를 놓고 있습니다."

▷부동산 회사를 고르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요?

"일본은 부동산 회사가 디벨로퍼가 돼서 기획부터, 건설, 분양까지 모두 일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아파트도 일본 최대 부동산 대기업 가운데 한 곳이 지은 곳입니다. 일본도 부동산 회사의 이름값을 따지는 투자가분들이 많습니다.

▷끝으로 도쿄 도심 아파트 구입을 고려하시는 한국 투자가분들께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집 마련의 분위기가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가 많지 않은 나라인 것같습니다. 투자보다 거주 중심이죠. 그런 만큼 한국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를 검토하신다면 현지 정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곳, 최근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요. 코로나19로 자주 왕래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지의 믿을 만한 사람이나 부동산 회사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먼저 얻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