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고 영양관리까지 1초만에 '싹'

입력 2022-02-24 06:00
수정 2022-02-24 07:57

유엔에 따르면 매년 세계 식량 생산량의 17%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 이중 약 26%는 식당이나 급식소, 카페 등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실제로는 다 먹지도 않을 음식을 만들고, 식판에 받아가는 탓이다.

누비랩의 인공지능(AI) 음식 스캐너 '누비 스캔'은 음식 적정량을 분석해 이같은 문제를 막는다. 식당 이용자들의 배식량·섭취량·잔반량 등을 측정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음식 소비량을 예측해 다음에 준비해야 할 적정 음식량을 계산해주는 식이다.

이 스캐너를 쓰는 법은 간단하다. 구내식당 등에서 음식을 내주는 배식구와 식기를 반납하는 퇴식구에 각각 AI 기능을 탑재한 스캐너와 센서를 설치한다. 이용자가 스캐너 밑에 식판을 가져다 대면 카메라 센서가 1초 이내에 95%가 넘는 정확도로 식판에 담긴 음식의 영양 성분과 칼로리를 알려준다. 각종 음식 이미지를 학습한 AI가 여러 음식의 종류를 인식하고, 센서는 음식의 양을 분석한다.

이를 통하면 식당을 이용한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고, 얼마나 버리는지 알 수 있다. 이를 데이터로 축적하면 이용자 음식 선호도가 정량화돼 나온다. 일정 기간 후 음식 소비량을 미리 예측해 미리부터 음식 양을 수요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식습관을 분석하고 음식 수요를 예측하면 최대 50%까지 식자재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누비랩 측의 설명이다. 누비스캔을 도입한 학교가 급식 잔반이 최대 45%까지 줄어든 사례도 있다.

줄어든 비용을 음식의 품질 향상에 투입하면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 스캐너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조리법을 개선하거나 새 메뉴를 개발할 수도 있다.


식당 이용자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누비랩은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인 '오토 AI 푸드 다이어리'도 운영한다. 음식 스캐너로 이용자가 하루에 나트륨을 얼마나 섭취하는지, 육류와 채소 몇 접시를 먹는지, 유제품 섭취량이 어느 수준인지 등을 기록·분석해 맞춤형 건강 관리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솔루션이다.

누비랩을 창업한 김대훈 대표는 현대자동차에서 자율주행 관련 AI를 연구했다. 이를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사내 급식소의 음식물 쓰레기 양이 많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자율주행용 순간 감지 기술, 이미지 AI 분석 기술 등을 음식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18년 11월 누비랩을 설립했다.

누비랩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돕기도 한다. 식당 등 건물 내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누비랩의 기술을 찾고 있다.

이달 들어선 서울 을지로에 있는 SK텔레콤 사옥 SKT타워 내 구내식당에 누비 스캔을 들였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 서밋에 초청받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식당에 기술 시험 도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누비랩은 "국내외 기업과 협업을 늘려 세계에서 인정받는 혁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IT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