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펀드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5885억달러(약 701조3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외 주식으로 거둔 평가이익은 562억달러(약 67조원)로 집계됐다. 고수익을 좇아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개미가 늘어난 데다 매입한 나스닥시장 종목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간 결과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5885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말(4638억달러)에 비해 1247억달러 증가했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4년 후 최대치다.
해외 지분증권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두 가지다. 개인과 기관이 투자처를 다변화하면서 사들인 미국 주식 잔액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금액이 작년에 685억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는 미국 증시가 뛰면서 평가차익이 562억달러를 기록한 영향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21.4% 상승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는 18.7%, 유로스톡스50지수는 21.0% 뛰었다.
한국 투자자들은 주로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술주를 쓸어 담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 해외 주식은 미국 테슬라로 28억6803만달러에 달했다. 그 뒤를 애플(7억7165만달러), 나스닥100지수 실적의 세 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QQQ(7억5701만달러) 등이 이었다.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자 고금리·고수익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한국 개인·기관이 사 모은 해외 주식이 ‘외환 안전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발표한 ‘2021년 12월 경상수지’에 따르면 서학개미와 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의 배당수입을 나타낸 ‘증권투자배당수입’은 지난해 91억8300만달러로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배당수입이 경상수지 흑자폭 증대에 적잖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 해외 주식 등 대외자산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려는 한국 기관·가계의 수요도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여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12월 말 6379억달러로 1718억달러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인 단기외채비율은 35.9%로 전년 말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