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한국 완성차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35만27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2020년(44만177대)과 비교하면 20.4% 줄었다. 기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12만7005대로 전년(22만4567)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2016년도 판매량은 각각 114만2016대, 65만6대로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하면 거의 3배 수준이다. 5년 만에 판매량이 3분의 1토막 났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1차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현대차와 기아는 계속 세단 모델에 집중했다.
2010년대 초중반 판매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격을 대폭 낮춘 게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가 수입차 브랜드가 아닌 중국 현지 브랜드의 경쟁자로 인식되면서 중저가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얘기다. 그 사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났던 중국 브랜드가 품질 경쟁력까지 갖추자 현대차와 기아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시장 반등을 위해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부터 현지 조직, 지배구조, 생산방식 등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부분적인 개편으로는 반등이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생산공장 중 하나인 충칭공장의 가동을 잠정중단했다. 전략적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소형차 단산에 따른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충칭공장은 2017년에 1조6000억원을 들여 만든 공장으로 연 3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앞서 베이징 1공장도 가동중단한 뒤 이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 매각했다. 한 때 5개 공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3개로 줄었다. 생산설비를 최적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아도 중국 합작법인 지배구조를 새롭게 짜고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량 반등을 노리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