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4명 중 1명 이상이 폭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폭음을 자제하지 못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심재용 교수팀이 2016∼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1,388명을 대상으로 폭음·과음 등 고위험 음주와 사회·경제적 요인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이 낮으면 고위험 음주가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암 생존자들에서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1/2 정도까지 절주 혹은 금주와 같은 건강 행동의 개선이 확인됐다.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폭음과 과음 비율은 53.9%, 10.5%였으나 암 진단 군에서는 각각 27.2%, 5.3%로 절반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낮은 교육 수준은 알코올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군에서 고위험 음주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예상됐다.
심 교수팀은 논문에서 “이는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절반은 고위험 음주를 지속한다는 의미”이며 “음주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생존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 폭음은 한 달에 적어도 1번 이상 한 자리에서 남성이 술을 7잔(또는 맥주 5캔), 여성이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마시는 것으로 규정했다. 과음은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 30g 이상, 여성 20g 이상인 경우다.
암 환자 중 특히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저소득층이었다. 저소득층의 암을 진단 후 폭음 비율은 고소득층보다 2.2배, 과음 비율은 3.5배 높았다.
암에 걸리지 않은 성인에선 직업이 있는 사람의 폭음 가능성이 무직자의 1.7배(과음 가능성 1.5배)였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폭음할 가능성은 농촌 거주 주민 대비 1.5배,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과음할 가능성은 1.4배로 나타났다.
심 교수팀은 논문에서 "저소득층에서 고위험 음주가 많은 것은 과다한 음주로 인해 질병이나 사망에 더 취약하므로 암으로 진단받은 경우가 더 많았을 수 있다"라며 "암 등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저소득층에서 더 크기 때문에, (금주·절주 등) 치료·생활환경 개선 같은 노력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한국 암 생존자에서 상당수가 고위험 음주를 지속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요인이 이에 영향을 끼침을 확인했다"라면서 "암에 걸린 성인은 걸리지 않은 성인과는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과 연관성을 보였다. 따라서 이후 암 생존자의 고위험 음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결과(한국 암환자에서 고위험 음주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인: 제7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16∼2017))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저소득층의 폭음 위험이 큰 이유로는 고소득층보다 스트레스 해소의 대안이 적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라면서 "자신에게 행복을 주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음주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 방향으로 삶의 영역이 좁아지는 것은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될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