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예탁원 사장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앞장서겠다"

입력 2022-02-23 12:33
수정 2022-02-23 13:30
예탁결제원이 올 하반기 중으로 블록체인 기반 증권형 토큰(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23일 비대면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탁결제원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전자증권제도 시행 이후 경쟁적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나날이 가속화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변화 속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금융 서비스가 제도권 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증권형 토큰의 발행, 유통과 관련한 플랫폼 구축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증권형 토큰은 주식·채권 등 증권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에 내재시킨 가상자산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가자에 의해 인증·공유되는 분산장부에 기록된다.

예탁결제원은 법제화 지원을 위해 먼저 한국법제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작년 11월 시작한 이 용역은 올 6월께 결론이 난다. 연구 결과는 가상자산의 제도적인 수용 방향성을 가늠하고 관련 법을 제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될 방침이다.

아울러 증권형 토큰 플랫폼 구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올 11월까지 마련하겠단 설명이다. 테스트 플랫폼 환경에서 증권형 토큰에 대한 블록체인 기반 등록관리 개념 검증은 이미 작년 말 마친 상태다.

용역과 관련해 최정철 전략기획본부장은 "독일은 작년 6월부터 우리나라의 전자증권법에 해당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입법화한 사례가 있다. 예탁원도 이런 선례를 고려해 향후 새 정부가 출범해서도 가상자산 입법과 관련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도록 지원하려는 취지"라며 "각국의 입법례를 비교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이번 용역의 골자"라고 부연했다.

국내주식의 소수단위 거래 지원 시스템도 올 하반기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탁제도를 활용해 온주를 여러개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한 뒤 투자자는 분할된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단위 주식 주문을 취합하고 부족분을 자기분으로 채워서 온주로 만든 후 자기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고, 거래가 체결돼 취득한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달 16일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한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24곳에 대해 승인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대해 특례를 부여한 것이다. 각 증권사별로 전산구축 일정이 다른 만큼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거래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최 본부장은 "수익증권을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투자자들이 있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 투자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라며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9월부터 서비스를 개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