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년 뒤'…800년 만에 돌아온 日 기념일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2-23 12:11
수정 2022-02-23 14:44


일본에서 매년 2월22일은 '고양이의 날'이다. 일본어로 고양이의 울음소리인 '니양(야옹)'이 '2'의 일본어 발음인 '니'로 시작하는 점에 착안해 1987년 펫푸드협회가 제정했다.

2가 6번 반복되는 올해 고양이의 날(2022년 2월22일)은 800년 만에 돌아온 '슈퍼 고양이의 날'로 반려묘 애호가들의 화제를 모았다. 가장 최근의 '슈퍼 고양이의 날'은 가마쿠라시대인 1222년 2월22일이었다. 다음 '슈퍼 고양이의 날'은 2가 7번 겹치는 2222년 2월22일로 200년 뒤다.

2022년 2월22일 22시22분 22초에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슈퍼 고양이의 날을 축하하는 반려묘인들의 투고가 잇따랐다.

일본에서는 2017년 반려묘의 수가 반려견을 앞서기 시작했다.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2017년 일본 전역의 반려묘수는 953만마리로 892만마리의 반려견을 61만마리 웃돌았다.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반려묘가 더 인기를 끄는 것은 고령화 사회의 진전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외출이 어려운 고령자가 늘면서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개보다 그럴 필요가 없는 고양이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반려견의 숫자는 정점이었던 2011년에 비해 25.3% 감소했다. 다만 반려묘 사육세대수는 546만세대로 반려견의 722만세대보다 적다. 반려견은 1마리를 키우는 경우가 많지만 반려묘는 여러 마리를 기르는 가정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려묘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네코(일본어로 '고양이')노믹스'의 경제효과도 커지고 있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올해 반려묘 관련 시장 규모가 1조9690억엔(약 20조39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네코노믹스를 성장의 기회를 활용하려는 일본 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일본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에스테는 22일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살충제와 탈취제 기술력을 살려 고양이용 화장실을 발매한다. 에스테는 5년 후 반려동물 시장 점유율을 1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활용품 대기업 유니참은 반려동물 관련 매출이 9% 늘었다고 밝혔다. 다카하라 다카히사 유니참 사장은 "반려동물 사업 매출이 처음 1000억엔을 넘는 등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며 "관련 상품의 종류를 늘릴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