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는 매도인 B로부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가 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엔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하는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건축물을 양수해도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A가 B의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양도인이 1가구 1주택자’로 양도하는 아파트의 소유기간이 10년 이상 및 거주기간이 5년 이상이라면 양수인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예외가 도시정비법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은 구청에 이와 같은 조건의 양도여서 조합원 지위가 B에서 A로 변경됐다는 내용의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했다. 구청은 “A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조합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다. 구청은 A가 B와 재건축 아파트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양도인인 B가 ‘1가구 1주택자’가 맞았지만 A의 명의로 재건축 아파트 등기가 경료되기 직전 B가 주택을 하나 더 구입해서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 후 A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 등기가 경료됐으므로 A를 조합원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A가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고 재건축 조합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마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존재해 재건축 조합 및 재건축 투자자가 눈여겨볼 만하다. 한 재건축 조합은 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변경인가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소송에서 재건축 조합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양도인이 1세대 1주택자로서 양도하는 주택에 대한 소유기간 및 거주기간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인 경우 그 양도인으로부터 건축물을 양수한 사람은 조합원의 자격이 있다. 양수의 의미는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친 시점이 아니라 매매계약 체결 시점을 말하는 것으로 A와 B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B는 1세대 1주택자다. 구청이 단순히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친 시점만을 기준으로 A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에 법원은 A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해주며 재건축 조합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와 B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B가 다른 주택을 매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등기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봤다. 이는 연속해 체결된 매매계약에서 정한 소유권이전 등기 이행 시점의 선후에 따라 우연히 매도주택과 매수주택의 소유가 일시적으로 중첩됐기 때문이고, B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을 상실한 시점에서 다른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에 불과한 경우라는 것이다. B가 1가구 1주택자로서 주택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등기가 이전된 시점만으로 도시정비법 제39조 제2항 제4호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매매계약에서 정한 등기시점의 선후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양도인이 2주택이 된 경우에도 양수인이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을 여지가 없게 된다. 만일 등기시점의 선후만으로 조합원 자격 유무를 판단해버리면 매수인인 A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사정으로 인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정비법이 제39조 제2항에서 조합원 자격에 제한을 두면서 예외적으로 양수인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투기수요 차단에 1차적인 목적이 있다. A사례가 법과 제도가 염려하는 투기의 유입이 아니고, 지분 쪼개기나 조합원의 지위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등 투기의 유입이 아닌 이상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투자자나 매수인, 재건축 조합은 A사례처럼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차율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