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선거는 ‘부동산 선거’로도 불린다. 5년 넘게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그로 인한 주거 불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다음 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히고 있어서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부동산을 10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민간 재건축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양도세 완화 등 일부 대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미 부동산 하락 기대가 커진 만큼 당분간 자금 사정에 맞춰 청약을 시도하면서 세금 회피용 급매물을 공략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누가 돼도 서울 재건축 ‘숨통’
이번 선거에서 여야 후보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신속협의제를 도입해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이고 안전진단 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행 용적률 300%까지인 3종 일반주거지역에 비해 용적률을 5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4종 주거지역도 신설하겠다고 제안했다.
보수 진영인 윤 후보는 더 파격적이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조정하고, 추가되는 용적률의 절반을 기부채납으로 받아 ‘역세권 첫 집’으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역세권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상향하고 공공 참여 때 700%까지 용적률을 높여 복합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완화,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 활성화 등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후보는 구조 안전성 비중 하향 등 규제 완화를, 윤 후보는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1기 신도시와 관련해서도 두 후보 모두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후보 측에 따르면 종상향을 통해 현재 169~226%인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을 높이면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이 후보가 약속한 공급 물량은 총 311만 가구(현 정부 발표 206만+신규 105만 가구)다. 윤 후보 또한 대통령 임기 5년간 전국에 250만 가구 이상(수도권 130만 가구 이상) 신규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약과 급매물 ‘투트랙’ 전략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및 대출 규제도 완화될 게 확실시된다. 이 후보는 부동산 공시 현실화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과세 부담 완화 △1주택 저소득층·고령층의 종합부동산세 납부 연기 △일시적 2주택자 및 상속지분으로 인한 다주택자 구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지역, 면적, 가격 등을 고려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완화하고 취득세 부담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세율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선 면제하는 ‘파격’도 검토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현재 1~3%인 1주택자 취득세율도 단일화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완화 등에 따른 공급 효과는 시간이 필요한 반면 양도세 완화 등은 단기간에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어느 후보가 돼도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2년간의 ‘한시적 절세용 급매물 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집값 통계 수치보다는 내가 실제 살 수 있는 매물 가격에 초점을 맞춰 급매물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중심부는 지난해 말 거래가 대비 5%, 수도권 외곽 등은 10%가량 빠진 매물을 대상 지역을 최대한 넓혀 주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우선 전략은 여전히 청약이 꼽힌다. 새 정부가 꾸려진 뒤에도 공약들이 시장에 실제 영향을 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대출이 어렵고 이자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역시 크다”며 “당분간은 가점이나 자금 상황에 맞춰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사전청약, 특별공급 등을 공략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GTX는 B·C·D 신설역에 ‘주목’두 후보의 수도권 급행광역철도(GTX) 관련 공약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모두 ‘출퇴근 지옥 해소’를 목적으로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수도권 전 지역을 서울 도심 30분 출·퇴근권으로 만들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추진이 확정된 A·B·C 노선은 남북으로 확장하고, 이른바 ‘김부선(김포~부천선)’으로 불리는 D 노선은 강남과 연결하고 E·F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교통 공약은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추진이 무산됐을 때의 타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거론된 노선도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관문을 못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E나 F는 노선 신설이 추진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추가 연장(B와 C)이나 노선 변경(D) 등의 이슈가 있는 노선은 신설역 주변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