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만명 돌파를 앞두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가계부채와 집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한 데다 한은 총재의 임기 만료, 대통령 선거를 앞뒀다는 점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100명 중 88명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월 조사 때 기준금리 동결(57명) 전망보다 늘어난 것이다. 2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12명으로 직전 조사 결과(43명)보다 급감했다.
금통위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0% 인상한 데 이어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린 것으로, 이는 14년 만의 일이다. 금통위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단행한 적은 없었다.
한은도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이라든가 하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나타난다"며 "기준금리 조정을 한 번, 두 번 가지고는 이러한 효과를 파악하기 상당히 힘든데,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 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금리인상의 효과를 어느 정도 한번 계측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가계부채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7000억원 감소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값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소수의견이 1~2명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1월 이후 국내의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됐고,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강화됐다는 점에서다.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매파적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이 공개한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외식비나 자동차, 가구 등 생활과 밀접한 내구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 움직임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이나 임금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고리의 형성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4개월 연속 3%대…물가 전망치 2% 중후반으로 조정할 듯이번 수정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 중후반까지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은도 전망치 수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수준(2.5%)를 웃도는 2%대 중후반에 이를 것”이라며 “물가가 상반기까지 3%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3%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국제유가도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 속에 원자재 가격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국내 공공요금 인상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외식 물가 상승 등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향후 고물가 흐름을 지지해 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짚었다.
올해 3%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양호한 수출 경기 전망도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일 확진자가 20만명 돌파를 앞둔 만큼 낙관론을 강화하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물가상승세가 기존 전망보다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과 통화량 추이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간 후 하반기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말 기준금리는 1.75%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M2(광의통화) 증가율은 12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3.2%로,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시기는 5월과 7월로 전망한다"며 "한국 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의 물가 전망도 최근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고,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 역시 종전보다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5%로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7%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