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진 아이오닉 5·모델3…전기차 10만대 시대 열었다

입력 2022-02-22 15:38
수정 2022-02-22 16:59
한국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전기차 10만 대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새로 등록한 전기차가 10만 대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전기차가 더 이상 취향이 독특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차량이 됐다는 의미다. 세계 일곱 번째 전기차 10만 대 클럽올해는 말 그대로 전기차가 흔해지는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엔 폭발적인 수요에도 반도체 공급난 등 때문에 생산이 부족해 실제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반도체 공급난이 일부 해소되면 판매량이 15만~2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한 전기차는 모두 10만439대다. 2020년(4만6719대)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노르웨이와 함께 연간 10만 대 이상 전기차가 팔리는 나라가 됐다. 2020년까지는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5개국만 ‘전기차 10만 대 클럽’에 들었다.

판매 1위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였다. 모두 2만2596대가 등록했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처음 적용한 차다. 현대차의 포터2 일렉트릭(1만5604대)과 기아의 EV6(1만888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입 전기차도 강세였다. 테슬라의 모델3(8912대)와 모델Y(8894대)가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23만1443대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반도체 공급난이 없었다면 전기차 등록대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관계자는 “주변에서 전기차를 구입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완전히 지났다”며 “전기차는 이제 미래 모빌리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모빌리티”라고 말했다.

올해 ‘전기차 왕’은 누가 될까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 규모를 결정하고 소비자들에게서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지자체 보조금 규모가 결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팔린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경쟁적으로 신형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아이오닉 6를 오는 7월께 출시할 계획이다. E-GMP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첫 번째 세단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환경부 기준 515㎞(항속형 모델)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팔리는 전기차 중에서는 환경부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0㎞ 이상인 차량은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의 롱레인지 버전뿐이다.

전장(차체 길이)이 중형 세단 쏘나타보다 짧지만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보다 긴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세단 형태 전기차다 보니 업계의 관심이 크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GV70 EV를 다음달 출시한다. 또 기아는 올해 EV6 GT 모델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의 2022년형 볼트EV와 볼트EUV를 2분기에 내놓는다. 볼트EUV는 쉐보레 브랜드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두 차량은 각각 1회 충전에 414㎞와 403㎞를 달릴 수 있다. 쉐보레의 새로운 전기차 패밀리룩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클래스급 전기차인 EQE와 준중형 전기 SUV EQB를 올해 주 무기로 삼았다. EQE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수입차 모델인 E클래스와 크기가 비슷하고 실내공간은 더욱 넓어 수입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MW는 전기 세단 i4와 미니 일렉트릭을 내놓는다. 미니 일렉트릭은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올해 예상 물량의 80%를 예약할 정도로 인기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쿠페형 전기 SUV인 C40 리차지 판매를 시작했다. 볼보의 첫 전용 전기차다. 미국과 독일 등 다른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인 6391만원에 판매한다. 볼보자동차와 중국 지리홀딩스가 합작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전기차 세단 폴스타2를 최근 내놨다. 포르쉐는 타이칸 GTS를, 렉서스는 UX 300e를 출시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