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리처분만 기다렸는데…"신월곡1, 핵심 절차 빠졌다

입력 2022-02-22 21:31
수정 2022-02-22 21:33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사업이 연기될 위기를 맞았다.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필수사항이 빠지면서 고시가 취소될 위기에 빠졌다. 성북구청은 뒤늦게 수습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해결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22일 <한경닷컴>이 정비업계와 성북구청, 국토교통부 등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신월곡1구역 재개발사업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 필요한 ‘공익성의제협의절차’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21조에 따라 ‘공익성의제협의절차’를 거쳐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와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법안은 국가의 토지 수용권 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2018년 국회를 통과해 2019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신월곡1구역은 2020년 8월 성북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법이 시행된지 1년여가 넘은 시점이었음에도 신월곡1구역은 공익성의제협의절차가 통째로 빠진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성북구청의 과실로 평가하고 있다. 구청 내부에서는 최근에야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진위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최근 누락된 사실을 알게됐다"며 "당시 업무를 처리했던 당담자와 현재 담당자는 다른 상태이며, 누락된 경위와 해결방법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가 필요한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와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토위 관계자는 "성북구청에서 보내온 공문이나 협조문이 없는 상태"라면서도 "원칙적으로는 절차를 누락한 경우 인·허가권자에게 앞서 처분한 인가고시를 취소하고 재인가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청은 변경인가를 추진중이지만, 원칙대로라면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관리처분인가를 기대했던 조합원 입장에서는 날벼락일 수 밖에 없다. 만에 하나 사업시행인가 단계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사업기간이 수년간 늘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나 해당구청이 이 절차를 모를 리 없다"면서도 "공익성의제협의절차를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는 데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월곡1구역은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에 5만5112㎡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지하 6층~지상 47층 10개동 아파트 2244가구(임대 192가구 포함)와 오피스텔 498실, 생활숙박시설 198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한 때는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불렸지만 미아·길음뉴타운 및 월곡뉴타운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기대를 모았다.

개발과정도 파격적이었다. 신월곡1구역은 2018년 8월 달동네였던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과 결합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화제가 됐다. 지역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재개발 사업지가 결합해 용적률과 수익을 서로 주고받는 첫 개발 사례였다. 개발에 제한이 있는 성북2구역이 남은 용적률을 신월곡1구역에 넘기고, 신월곡1구역은 초고층 개발을 해 얻은 수익을 성북2구역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당시 서울시에서는 결합 개발 방식의 모델로 꼽았지만, 4년여가 지난 후엔 절차상의 누락으로 사업이 지연될 위기까지 내몰리게 됐다.

신월곡1구역은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과 가까운데다 일반분양이 1800가구 이상이고 상업 및 업무시설까지 포함된 초대형 주거복합단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2009년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신월곡1구역은 내달 3일 조합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조합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