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신격호의 길, 실리콘밸리서 찾았죠"

입력 2022-02-22 17:20
수정 2022-02-23 02:13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벤처캐피털(VC)들을 본격적으로 만나야 할까요.”(안재만 VESSL AI 대표)

“덜 준비됐더라도 VC를 일찍 만날수록 좋습니다.”(김범수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매니징 파트너)

2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의 한 호텔 세미나실에서 롯데의 국내 유망 스타트업 대상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인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강연이 열렸다. 이 행사는 ‘1세대 글로벌 청년 창업가’로 불리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젊은 창업가들에게 전수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롯데는 ‘거기 가봤어?’란 질문을 임직원에게 자주 던질 정도로 현장을 중시한 신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실리콘밸리에서 해외 현장 연수를 시작했다. 행사는 총 8일 일정으로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행사장에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성장전략’을 주제로 김범수 파트너, 이주환 스윗(Swit) 대표(CEO), 김병학 아카사(Akasa) 인공지능(AI) 테크 리드, 한기용 하모나이즈(Harmonize) 데이터 헤드 등이 강연했다.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각 국가 대표선수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시장 그 자체인 만큼 무조건 와야 한다”며 적극적인 진출을 권했다. 김 파트너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자금 조달, 인재 채용,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 등에 대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실패한 경험이라도 팔아서 영업해야 할 정도로 배포가 있어야 한다”며 “미국 VC에서 자금을 받고 싶다면 우선 그들에게 친숙한 업체와의 거래 실적을 만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질의응답에서 참가자들은 스타트업 경영과 관련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을 제품에 어느 정도까지 반영해야 하냐’는 물류시스템 스타트업 윌로그 윤지현 공동대표의 질문에 이 대표는 “창업자의 제품 비전에 맞지 않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롯데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롯데벤처스를 중심으로 총 2570억원 규모 13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 현지 유망 스타트업 육성 및 발굴을 위해 ‘롯데벤처스 베트남’을 설립한 데 이어 롯데벤처스의 실리콘밸리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