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가계부채가 186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집값 폭등’에 따라 가계의 차입금 조달 유인이 이어진 결과다. 올 들어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는 만큼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민간 소비를 옥죄고, 대출 부실로 이어질 우려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작년 12월 말 가계신용은 1862조653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대표적 가계부채 지표로 통한다.
가계신용은 작년 연간 기준으로 134조1493억원(증가율 7.76%) 불었다. 담보인정비율(LTV)을 비롯한 대출 규제를 푼 2016년(139조4276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19조1000억원 늘었다. 같은 해 2분기(43조5000억원), 3분기(34조9000억원) 증가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작년 가계신용 잔액은 2020년 GDP(명목·1933조1524억원)의 96.3%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인구 추정치가 5182만여 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3593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작년 가계 빚이 급증한 것은 주식·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전방위에서 차입금을 조달한 영향이다.
가계신용 가운데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1755조781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123조7597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82조397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73조4000억원으로 각각 71조7676억원, 52조77억원 늘었다. 모두 2016년 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폭증하는 가계빚이 한국 경제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치솟는 금리와 맞물려 이자비용이 커질 수 있고, 가계 씀씀이를 억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0.035%포인트 하락한 연 2.328%에 거래됐다. 전날에는 0.041%포인트 오른 연 2.363%에 마감하며 2014년 9월 19일(연 2.37%) 후 가장 높았다.
이자비용이 불어나는 데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이 겹칠 경우 가계는 물론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등도 2014년 발간한 《빚으로 지은 집》에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부분 심각한 불황에는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쌓이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선행됐다”고 경고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