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상승 우려에…회사채, 단기물만 ‘흥행’

입력 2022-02-22 13:52
수정 2022-02-23 08:54
이 기사는 02월 22일 13: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의 장기 자금조달 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 기관투자가들이 손실을 피하려 회사채를 단기물 위주로 매입하고 있어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롯데케미칼과 현대중공업지주 등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투자 수요의 단기물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21일 오후 4시까지 진행한 3·5·10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년물 800억원 모집에 700억원어치 수요만 모으는 데 그쳤다. 신용등급 ‘AA+(안정적)’ 우량기업의 수요예측 미매각 발생은 작년까지만 해도 지극히 드물었다.

반면 15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는 5400억원이 몰렸다. 5년물 700억원 모집에도 1100억원의 초과 수요가 모였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중·장기물 없이 2년물만 모집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비교적 낮은 ‘A-(긍정적)’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모집금액 300억원의 3.3배에 해당하는 1010억원어치 기관 수요가 참여했다. 같은 날 3년물 500억원을 모집한 현대비앤지스틸(A0)은 600억원의 기관투자가 주문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단기물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만기 구조를 다시 짜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SK매직은 수요예측에 앞서 계획했던 5년물을 없애고 3년물만 찍기로 했다.

만기와 상관없이 발행금리는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케미칼은 채권평가사들의 평가금리인 연 2.8~3.1% 수준 대비 0.20%포인트 안팎을 더 얹어 3~10년물을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도 최고 0.30%포인트의 가산금리로 발행을 확정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기업 자체가 지닌 재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관 수요가 전반적으로 단기물에 몰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