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디올' 로고만 붙으면…가방 이어 화장품·향수도 값 올린다

입력 2022-02-21 21:00
수정 2022-02-21 21:20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이 인기 품목 위주로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격정책 변경, 환율변동 등을 표면상 이유로 들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여파로 명품 수요가 높아지자 업체들이 가방 등 인기제품 인상에 이어 화장품·향수 등 뷰티제품까지 값을 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은 다음달부터 화장품·향수 등 일부 뷰티제품에 대한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쿠션 팩트'는 8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값이 비싼 품목 중 하나로 꼽히는 ‘프레스티지 나이트 세럼’은 59만원에서 68만원으로 오른다.

향수도 인상되면서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50㎖가 16만3000원에서 16만6000원, ‘소바쥬 오 드 뚜왈렛’ 100㎖가 14만8000원에서 15만2000원 등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앞서 디올은 레이디백·카로백·북도트 등 베스트셀러 핸드백 가격을 20% 전후로 기습 인상한 바 있다.


프랑스 브랜드 샤넬 역시 지난달 가방 제품 가격을 인상한 후 뒤 이어 화장품과 향수 가격을 올렸다. 인상 폭은 평균 4%로 샤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N°5 향수는 '오 드 빠르펭'이 22만7000원에서 24만2000원, '오 드 뚜왈렛'이 15만8000원에서 19만3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화장품 가격도 평균 2000원 정도 인상되면서 '쿠션 팩트'는 8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까멜리아 워터크림'은 8만9000원에서 9만10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화장품 전문 브랜드도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 글로벌 뷰티 브랜드 '로레알'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인상 신호탄을 올렸다.

뒤이어 15개 뷰티 브랜드를 운영 중인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그룹'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영국 니치 향수 브랜드 '조말론 런던‘은 최대 4000원,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르 라보'도 7개 상품이 최대 3000원까지 인상됐다.

에스티로더그룹 계열 화장품 브랜드 라 메르, 아베다,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일부 품목 가격도 올랐다. 맥은 일부 립스틱 가격을 1000원씩 올렸으며 마니아층이 두터운 에스티로더 더블웨어 파운데이션도 올해부터 1000원 올라 현재 7만3000원이다.

화장품 기업은 가격 인상 주요인으로 △가격 인상을 통한 이익률 제고 △환율 변동 △원가 상승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등을 거론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명품 특수를 틈타 화장품 브랜드들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해외 브랜드들의 가격 상승이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에 비해 국내 화장품 기업 전반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그럼에도 외국산 명품이 가격을 올리면 국산과의 차이가 그만큼 벌어지기 때문에 값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격을 조정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인상 분위기는 따라가겠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와 LG생활건강도 빠르면 이달 일부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고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 억눌렸던 뷰티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경우 가격 인상에 따라 일부 매출 감소가 있더라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