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현행 대관 중심에서 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예술단 공연 횟수를 대폭 늘리는 등 예술단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한다. 하드웨어 확장에도 나선다. 서울 문래동에 ‘제2 세종문화회관’을 설립하고 기존 광화문 극장을 재정비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사진)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년 계획을 발표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에는 국악관현악, 무용, 합창,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 9개 예술단이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안 대표는 “그동안 예술단은 세종문화회관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으며 각기 다른 꿈을 꾸며 동거만 해왔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전문 예술단을 키우고 정체성을 회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세종문화회관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안 대표는 “뮤지컬 전용극장 등 전용성으로 무장한 전문 극장들이 등장하면서 세종문화회관은 조금씩 경쟁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인건비 등이 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세종문화회관의 재정 자립도는 3~4년 전 40%대에서 최근 22%까지 떨어졌다.
세종문화회관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예술단 중심의 공연 제작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 대표는 “이른 시간 내에 예산을 2배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예술단에 들어가는 순수 제작예산(인건비 제외)은 연간 70억원 수준이다. 예술단의 공연 횟수도 1.5배 늘릴 방침이다. 안 대표는 “예술단 변화의 핵심은 공연 횟수”라고 단언했다. 이에 앞서 예술단 강화를 위해 김성국(국악관현악단), 김덕희(뮤지컬단), 박혜진(오페라단) 등 신임 단장을 임명했다.
세종문화회관 확대 및 재정비도 추진한다. 안 대표는 “극장의 하드웨어를 바꾸는 일이 세종문화회관의 장기 발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문래동에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짓고, 기존 광화문 건물의 대극장 내부 등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올해 봄 시즌 작품도 이날 공개됐다. 총 9개 작품을 61회에 걸쳐 공연한다. 고전을 재해석한 서울시극단의 ‘불가불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명연주자 시리즈’ 일환인 ‘정화 그리고 순환’, 헨델·슈만·브람스 등의 명곡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시합창단의 ‘봄볕 그리운 그 곳’,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이 잇달아 공연된다.
김희경/오현우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