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완료자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을 때 사망할 확률이 계절독감보다 낮다고 방역당국이 밝혔다. 확진자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치명률이 낮은 만큼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 여파로 사망자도 상승 곡선을 탔다는 점에서 “정부의 잘못된 메시지로 국민 방역 의식이 해이해진 데 대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최근 확진자·위중증 환자 증가는 당연한 현상인 만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접종 완료자의 치명률은 계절독감 이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오미크론 감염자의 치명률은 0.14%다. 델타(0.7%)보다는 낮지만 계절독감(0.05~0.1%)보다는 높다. 하지만 사망자의 60% 이상이 미접종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접종 완료자의 치명률은 독감 치명률의 최고치인 0.1%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60세 미만 확진자의 치명률은 백신 접종 여부를 불문하고 0.01%에 불과했다.
손 반장은 이를 근거로 “위중증 환자는 당분간 늘어나지만 치명률은 증가하지 않을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는 데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이 유리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이런 점을 감안해 확진자 폭증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험도를 올려잡지 않고 ‘높음’ 단계를 5주째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미크론발(發) 5차 대유행의 정점에 대해 ‘2월 말~3월, 하루 확진자 14만~27만 명’으로 내다봤다. ‘3월 초 18만 명’이었던 기존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주 오미크론 검출률은 98.9%로 전주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일각에선 확진자가 이렇게 늘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가 상당한 규모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확진자 폭증으로 3주 전(1월 30일~2월 5일) 하루 평균 272명이었던 위중증 환자 수가 지난주(2월 13~19일) 343명으로 뛰었고, 주간 사망자 수도 같은 기간 146명에서 309명으로 두 배 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절독감처럼 다루겠다’고 하는 건 오미크론 위험도가 그만큼 낮아서가 아니라 의료역량 한계로 계절독감처럼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투여 대상자인 40~50대 기저질환자로 분류되는 체질량지수(BMI) 범위를 ‘25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올렸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