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면서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양국 정상의 대화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양측이 회담에서 평화를 약속할 경우 사태가 종료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양국 정상의 회담이 갖는 무게감 때문이다.
하지만 미·러 정상회담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거나 회담이 성사하더라도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바이든-푸틴 만남에서 해결책 나올까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 공식적으로 다리를 놓은 인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백악관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적절하다고 생각할 경우 회담은 가능하다”며 “양국 외무장관 간 대화를 이어갈 필요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제거할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와 관련해 그는 “가짜뉴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에 머무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상태라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CNN은 러시아군 주력전투부대 중 75%가 우크라이나와 60㎞가량 떨어진 거리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CBS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뿐 아니라 북동부의 하리코프, 흑해 북부의 항구도시 오데사 등 주요 도시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외교적 노력 무산되면 다음 단계는양국 정상이 평화적인 사태 종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그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결국 두 나라는 ‘파워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경제 제재 및 군사적 개입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은행 등이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국제결제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외화결제(환거래) 제휴은행 업무를 막아 국제결제를 차단하는 방안이 현재 미 행정부에서 유력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원유 및 천연가스, 밀 등 곡물, 구리와 팔라듐 등 산업용 금속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미국과 우방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 개입을 염두에 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군인과 미군이 연합훈련을 벌였다. 앞서 미 육군 1700명가량이 폴란드에 파병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수 있다. 세계 외교가에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가 체면을 구긴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는 강경하게 대응해 리더십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