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 시 ‘1호 지시사항’으로 코로나19 피해구제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재택치료자에겐 1인당 10만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1000만 개미 투자자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증권거래세 폐지도 공약했다. 지원책을 쏟아내며 표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21일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 직후 1호 지시사항으로 루스벨트식 신속대응 기구인 ‘코로나 피해 긴급구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며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곧 코로나 구제 특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당선 시 바로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나설 역량과 의지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3월 10일 이후 코로나 대응은 확실하게 바뀔 것”이라며 “당선되면 바로 다음날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론적으론 취임 전 공식 권한이 없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생겨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과 협의해 당선자 책임으로 차기 정부에서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3차 접종자에 한해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까지로 완화하고, 청소년 방역패스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의약품 구입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재택치료 시 추가 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도 밝혔다. 재택치료 지원 인력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민주당 단체장의 관할 지역부터 즉각 실행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 ‘신용대사면’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다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폐지로 선회한 것을 꼬집으며 “부자 감세를 위한 주식양도세 폐지가 아니라 개미와 부자에게 똑같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없애겠다”고 맞불을 놨다.
당초 이 후보는 이날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TV토론 준비에 매진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일정 등을 고려해 코로나19 관련 회견을 자청했다.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박빙 열세’로 분석되는 전황을 뒤집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전날 유세 때 ‘코로나 위기’라고 적힌 송판을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메시지가 보다 짧고 강렬해졌다. 양복 차림으로 무대에 가만히 서 50분 가까이 강연하듯 연설했던 선거운동 초반과는 차이가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 지역구에서 ‘뒷골목 선거운동’을 벌이며 최대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보병전’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략상 수정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저는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며 “국민들께서 유능한, 실적이 증명된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 또 통합대통령을 반드시 뽑아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선거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성공한다면 현재 열세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저희는 4자 구도로 가는 것만으로도 불리하지 않다고 본다”며 “만약 안 후보 쪽과 우리가 뭘 같이 해볼 수 있다면 국면 자체가 (민주당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