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달 내리 빨간불…재정적자에 겹친 무역적자

입력 2022-02-21 17:17
2월에도 무역적자 가능성이 높다. 이달 20일까지 통계를 보면, 수출 343억달러에 수입은 360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이 13% 늘며 선전하고 있지만 수입도 그만큼 증가해 생긴 적자다. 특히 수입은 국제 정세에 따라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적 문제여서 앞으로도 개선이 쉽지 않다.

2년을 넘긴 코로나 쇼크에도 한국 경제가 이만큼 유지하는 것은 교역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허 더미에서 선진국 문턱에 서게 된 게 ‘개방과 교역 증대’라는 발전의 두 바퀴를 효율적·전략적으로 굴려왔기 때문이겠지만, 수출은 코로나 위기를 넘겨오는 데 특히 큰 기여를 했다. 그렇게 수출이 버티는 데도 3개월째 무역 역조다. 지난해 12월 20개월 만의 첫 적자에 이어, 지난달 적자는 역대 최대로 48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무역적자가 벌써 65억1400만달러나 된다.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전체 경상수지가 나빠지면 악화일로의 재정수지와 더불어 ‘쌍둥이 적자’가 된다. 자연히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한 재정적자는 올 한 해에만 7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국가채무도 올해 중 100조원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지금의 전망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번만으로 끝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하반기에는 나라곳간이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무역역조가 3월에도 계속되고 쌍둥이 적자가 현안으로 불거지면 그때는 나라경제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다. 재정여력이 나빠지면 꼭 필요한 곳의 긴급지원이나 산업 구조조정에서의 필수지출까지 쉽지 않아 정책적 적기대응이 여의치 않게 된다. 치솟는 물가, 다가온 부실기업 처리를 비롯해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라 치솟은 국제 에너지 가격을 보면 무역적자는 바로 개선하기도 어렵다. 우리의 노력으로, 또 실현 가능성 차원에서 본다면 재정적자를 줄이는 게 쉬울 것이다. 결국 정부와 국회 의지가 관건인데 선거판을 보면 재정건전화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 기형적 ‘1월 추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시기에 맞춰 무디스가 한국 정부와 연례 협의를 시작했다.

재정적자를 더 키우는 팽창 재정에 대해, 또 이 와중에 겹치는 무역적자에 대해 국제신평사들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 걱정도 되지 않나. 과도해지는 국가채무에도 늘 “문제없다”는 재정의존론자들은 무역적자까지 겹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만 할 텐가. 아니면 신인도 하락은 쉽게 막을 묘안이라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