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갈라쇼에서 K팝 그룹 있지(ITZY)의 곡이 울려퍼졌다.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알리사 리우가 ITZY의 '로코(LOCO)'를 선곡한 것.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축제의 현장에서 K팝의 인기를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피겨 스케이팅 갈라쇼가 열렸다.
갈라쇼는 공식 경기가 끝난 뒤 주최 측의 초청을 받은 선수들이 일종의 특별공연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 중 유영이 초청을 받았지만 개인 스케줄 문제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갈라쇼에서 K팝이 흘러나와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선수 알리사 리우가 ITZY의 히트곡 '로코'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해 공연을 펼친 것. 그는 평소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방방 뛰는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K팝 안무를 연상케 했다.
리우는 공연 직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ITZY 노래에 맞춰 스케이트를 탔다. 내가 했던 갈라쇼 중 가장 좋았다"며 "올림픽을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행복한 기분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리우를 향해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평소 다른 나라의 선수들에게도 먼저 말을 거는 등 친근한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는 리우는 이번 올림픽 중에도 유영과 함께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차준환과도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ITZY 역시 화답했다. ITZY는 공식 SNS 계정에 리우의 갈라쇼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 노래 '로코'로 훌륭한 갈라쇼를 보여줘 고맙다. 너무 멋졌다"는 글을 게재했다. 리우는 이 글을 공유하며 "너무 고맙다"며 기뻐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는 경기 전후, 휴식 시간 중 방탄소년단, 샤이니,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위너, 세븐틴, 오마이걸, NCT 127,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스테이씨 등 여러 그룹의 노래가 나와 K팝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이러한 숨은 재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로코'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친 리우의 갈라쇼는 깜짝 선물이 됐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의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축제의 현장에서 K팝을 듣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ITZY는 '로코'가 타이틀곡으로 수록된 정규 1집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성장세를 입증했다. '로코'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넘긴 상태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유명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면서 올해는 미국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