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눈시울 붉힌 김보름 "응원받는 기분 행복해…굿바이, 베이징!"

입력 2022-02-20 22:31
수정 2022-02-20 23:01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라는걸 느낀 지금이 올림픽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합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29)이 20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김보름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오륜 마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비롯해 이번 대회 활약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저의 3번째 올림픽인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20년 가까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스케이트와 함께하면서 정말 많이 울고 웃었다"라고 운을 뗀 후 "이번 올림픽은 5위로 마쳤지만, 선수 생활하면서 메달을 획득했던 그 어떤 시합보다 기쁘고 좋았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에이스였던 그는 팀 추월에 노선영, 박지우와 함께 팀을 이뤄 출전했다. 레이스 막판 노선영이 뒤로 처졌고 김보름이 '왕따 주행' 가해자라는 오해가 제기됐다.

선정적인 보도와 오해가 번져가는 와중에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차가운 여론속에 그는 링크에서 큰절을 하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특별감사를 통해 평창 대회 여자 팀 추월에서 고의적인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선입견은 쉽게 바로잡히지 않았고 김보름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지난 16일 자신을 비난했던 왕따 주행 논란 당사자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보름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19일) 출전을 사흘 앞두고 나온 판결이었다. 그날 김보름은 SNS를 통해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은 나를 늘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다"며 "공황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경기 트라우마까지 생겨 아직도 시합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고 지난 시간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소개했다.

그는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평창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나의 밝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은 김보름에게 사과하고 응원했다.


김보름은 19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5위에 올랐다. 그의 세번째 올림픽 도전 무대. 이번에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는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선수 생활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면서도 "이제야 정말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내주신 응원메시지 하나하나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 평생 가슴에 간직하며 살겠다"며 "이제 그만 울고 앞으로는 정말 웃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그의 세번째 올림픽 도전은 막을 내렸다. 평창 올림픽과 작별하는데 4년이 걸렸지만 베이징과는 웃으며 작별하게 됐다. 그는 "굿바이 베이징! 좋은 기억 남기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글을 맺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