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은 지난해 국내 대형 로펌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1년 만에 덩치(매출)를 20% 가까이 키우며 창사 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매출이 창사 후 22년간 20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지평은 지난해 매출 1050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19.4% 늘어난 규모로 국내 7대 로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건설부동산, 공정거래, 노동, 금융 등 주요 분야에서 고르게 실적을 쌓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지평은 2000년 4월 김상준 행정담당 경영위원(사법연수원 25기), 배성진 기업·금융소송그룹장(28기) 등 변호사 10여 명이 모여 설립했다. 출범 후 꾸준히 우수한 변호사들을 영입해 성장을 거듭했다.
2001년 첫 번째로 영입한 김지홍 변호사(27기·공정거래그룹장)는 퀄컴의 2600억원 규모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대리해 승소를 이끌었다. 공정거래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다음 새 식구로 합류한 이행규(28기·자본시장팀장), 정원(30기·건설부동산), 정철(31기·인수합병) 변호사 등도 각자의 영역에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지평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대표변호사(11기·사진)와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3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거물급 전관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경륜까지 더해졌다는 평가다. 지평의 변호사는 약 300명(외국변호사·입사 예정 신입 변호사까지 포함)으로 불어났다.
김 대표변호사는 “‘회사를 함께할 동업자, 회사를 물려줄 후배’를 발굴한다는 방침 아래 인재를 영입해왔다”며 “초창기부터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 유학을 지원하고 주인의식과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이어가면서 우수 인재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평은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투자를 통해 초기 로펌의 실적 개선을 이끌던 건설부동산, 금융, 지식재산권(IP) 소송 외에 형사, 국제중재, 조세 등으로 업무 분야를 더 넓혔다. 해외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2007년부터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8곳에 해외 지사를 세웠다.
설립 때부터 내건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고른 성장’이란 전략에 맞춰 착실히 덩치를 키워가는 중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중대재해 분야에서도 전담부서를 만들어 기업들을 상대로 활발한 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지평은 최근 10년간 성장의 발판이 됐던 서울 서대문 KT&G타워를 떠나 남대문 그랜드센트럴 빌딩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21일부터 업무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4~5년 후 변호사 400~500명을 거느린 로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변호사는 “주요 업무별 인재 영입과 조직 규모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더 발전시킬 것”이라며 “ESG 경영에도 더욱 힘을 실어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