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도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가 6조9000억엔(약 71조6330억원·지난달까지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는 2019년의 7조8000억엔이었다. 노무라증권은 “연말 실적 집계를 마무리하고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8일 소프트뱅크그룹은 1년간 최대 1조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 가운데 하나인 이토추상사가 600억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달 들어서도 타이어 제조업체 브리지스톤(1000억엔)과 정밀소재 제조사 호야(600억엔), 미쓰이부동산(150억엔) 등 상장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잇따랐다. 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의 누적 3분기(작년 4~12월)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장사는 약 620곳이다. 전체 상장사의 30.2%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순이익 기록을 경신한 상장사 비율은 21.7%였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최근 증시 상황을 기회로 보는 기업도 많아졌다. 작년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은 지금이야말로 (자사주를 매입할) 기회”라고 말했다. 다음날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10.5% 급등했다.
상장사들은 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준다.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한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할 수 있다. 구보타 마사유키 라쿠텐증권경제연구소 수석전략가는 “배당보다 효율적이고 절차가 간편한 자사주 매입을 선택하는 일본 상장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