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부동산 가격을 두고 전문가와 현장 중개업소의 전망이 엇갈리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0명 중 6명꼴로 하락 전망을 내놨다. 반대로 건설·시행사나 학계 등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10명 중 6명꼴로 상승을 예상했다. 올해 집값 두고 엇갈린 전망KB경영연구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부동산 보고서’를 20일 발간했다. 지난달 부동산시장 전문가 161명과 전국의 KB 협력 중개사 527명, KB금융의 프라이빗뱅커(PB) 50명을 대상으로 올해 부동산 가격 전망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부동산 전문가 64%는 전국 부동산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도권은 전문가 74%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3% 이상 오를 것이란 비중이 41%를 차지해 수도권 아파트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수도권 아파트 상승 이유로 전문가 25%는 ‘공급 물량 부족’, 16%는 ‘대선 후 정책 변화’를 꼽았다. 비수도권은 ‘대선 후 정책 변화’가 20%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반대로 중개사 63%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만 해도 중개사 88%는 ‘강한 상승’을 예상했다. 수도권에서도 하락을 예상하는 중개사(54%)가 많았다. 하락 이유로는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모두 ‘대출 규제’를 꼽았다. 매매가 부담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PB는 전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52%)과 하락(48%) 의견이 비슷했다. 하지만 서울은 상승(72%) 의견 비중이 하락(2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PB 중 56%는 부동산 가격이 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매·전세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으로는 전문가와 중개사 모두 올 상반기나 2023년 하반기를 전망했다. 다만 건설·시행 전문가는 2024년 이후(29%)나 계속 상승한다(17%)는 의견이 많았다.
PB가 선정한 유망 투자 자산은 작년 아파트에서 올해 ‘꼬마빌딩’으로 바뀌었다. 꼬마빌딩을 추천한 PB 비중은 작년 12%(4위)에서 올해 24%로 껑충 뛰었다. 연구소는 상가 투자와 관련해 “임대 수익을 반영한 상가 소득 수익률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올해도 자영업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공실률 증가 등 기초 여건 대비 과도한 자산 가격으로 버블 위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 다주택자 보유세액 1억원 육박집값 상승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탓에 주택 보유 시 세 부담이 늘자 주택 처분을 원하는 다주택자도 늘고 있다. 보고서는 “2020년까진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증가로 세무 상담이 늘었다면, 작년엔 세 부담이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처분 상담이 급증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과 비교해 많게는 3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령 서울 강남구 아파트(2015년 말 12억5000만원)에 자가 거주하면서 서울 강서구 아파트(6억2000만원)를 보유한 경우 시세 합계액은 18억7000만원에서 작년 말 43억7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종부세율까지 인상되면서 2016년 214만원에 불과했던 종부세액(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합산)은 작년 6292만원, 올해 8107만원으로 6년 만에 37.9배 증가했다. 재산세를 더한 총 보유세액은 9160만원에 달한다.
1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폭도 만만치 않다. 2015년 말 7억4000만원이었던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아파트는 작년 말 23억3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이로 인해 종부세 부담은 2020년 103만원에서 올해 408만원으로 300만원가량 늘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