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수업만 받으면 메타버스 전문가?…IT 콘텐츠 '무늬만' 자격증 우후죽순

입력 2022-02-20 17:56
수정 2022-02-21 00:33
‘메타버스 강사과정 수강생 모집, 2주 30시간 비대면 교육, 수강료 120만원.’

한 메타버스 관련 단체의 수강생 모집 홍보 문구다. “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하지만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수강생들의 실습 결과물은 초보자 수준이다. 사용한 프로그램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무료 공개한 ‘빌드잇’이다. 제페토 관계자는 “누구나 가상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이라며 “강의를 듣지 않아도 이용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정보기술(IT) 관련 민간자격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무늬만 자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새로 등록된 메타버스 자격증만 22개에 이른다. 메타버스비즈니스전문가, 메타버스취업트레이너, 메타버스비즈니스지도사 등이다. 공인된 민간자격증은 없다.

수강료는 50만원 안팎이 주를 이룬다. 최고 120만원짜리 ‘속성 과외’도 있다. 상당수 과정은 클래스마다 10~20명을 채울 정도로 수강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수업과 자격증의 질이다. 이들은 메타버스 기초 개념과 플랫폼 이용법을 최장 4주 정도 가르치고 강사 자격증을 내준다. 서울에 있는 A아카데미는 지난달 ‘메타버스 전문강사’ 자격증 9기 2주 과정을 모집했다.

화상 수업에서는 제페토, 게더타운 등 플랫폼 조작법과 NFT 개념을 강의한다. 강의를 다 들으면 인증서를, 별도 시험을 통과하면 ‘메타버스콘텐츠전문가’ 자격증을 준다. 한 수강생은 “수업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의 시험이라 사실상 수강생 전원이 자격증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수업 내용은 ‘수준 이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비싼 수강료에 비해 교육 내용은 기초적인 맵이나 캐릭터 만들기 등으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운영하는 SK텔레콤 관계자는 “민간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해도 실무 능력을 현장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실’ 시비가 잦은 분야는 메타버스와 같이 인기가 높은 IT다. B 메타버스 단체가 개설한 메타버스 자격증 강좌의 경우 메타버스 스타강사 강연,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등 실무와 무관한 수업을 끼워 넣어 시간 수를 맞췄다.

최근 2~3년 새 생겨난 수십 종의 인공지능(AI), NFT 관련 자격증도 상황이 비슷하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새롭게 주목받는 기술이 유행할 때마다 기술의 이름만 가져온 무의미한 민간자격증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