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에도 주가는 훨훨…화학주, 바닥 찍었나

입력 2022-02-20 17:16
수정 2022-02-28 15:06

석유화학 업계는 요즘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90달러대까지 급등하면서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다. 한국 기업들이 화학 재료를 수출하는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대기 질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공장 설비 가동률을 낮추면서 수요도 급감했다. 화학 기업들은 작년 4분기 줄줄이 어닝 쇼크를 냈고, 증권사들은 이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와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적자 발표에도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성공했다. 지금의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너무 싼 주가에 중국 기대감까지이달 들어 순수 석유화학 기업들은 눈에 띄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효성화학 24.09%, 대한유화 17.79%, 롯데케미칼 16.67%, 금호석유 8.59% 등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한다.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올라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그린플레이션(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올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로 유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졌다.

대한유화, 효성화학 등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냈다. 이달 들어 화학업종 애널리스트들은 롯데케미칼 등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에 대한 이익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주가는 올랐다. 중국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되면 중국 제조 기업 가동률도 회복될 전망이다. 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2월 셋째주 기준으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2.4% 오를 때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에틸렌(6.3%) 프로필렌(4.1%) 부타디엔(8.1%) 등 제품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음달 예정된 중국 양회에서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점을 찍고, 중국발 수요는 동계올림픽 때문에 저점을 찍으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리오프닝(경기 재개) 과정에서 이 악재가 조금씩 해소되는 신호가 나타나면 ‘밸류에이션 콜(주가 바닥권에서 매수 신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이 낮다는 것도 주가가 반등하는 배경이다. 최근 주가가 소폭 오르고 올해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금호석유 4.26배, 효성화학 5.38배, 대한유화 7.02배, 롯데케미칼 8.31배 수준이다. 고유가 지속 전망…감익 염두에 둬야전문가들은 투자하더라도 ‘단기 매수(trading buy)’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익이 받쳐줬던 지난해 상반기 상승 사이클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고유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화학 제품 소비가 크게 살아날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순수 화학 기업들보다 미래 성장동력을 가진 화학 기업들이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 기업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SKC 등을 꼽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