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금,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8개월 만에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 고지에 올라섰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가격도 상승(수익률 하락)했다. 반면 국제 유가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정받았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4월물 기준)은 전날보다 1.6% 오른 트로이온스당 1902달러로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으로 몰려서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금을 담으려는 투자 수요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해 씨티그룹은 최근 금값 단기 전망치를 트로이온스당 19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는 트로이온스당 1825달러였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실질금리 상승 등 금값 상승에 제동을 걸 요인이 있다며 향후 6개월~1년 전망치로는 트로이온스당 1750달러를 제시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날(연 2.044%)보다 하락한 연 1.972%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수익률 하락은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미국 국채도 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78%(622.24포인트) 하락한 34,312.03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하루 낙폭으로는 가장 컸다. S&P500지수는 2.12%, 나스닥지수는 2.88% 떨어졌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한때 4만달러 선을 위협받는 등 암호화폐도 하락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긴장 강도에 비례해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미 국무부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으며 곧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타결되면 국제사회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돼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2% 떨어진 배럴당 91.76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1.9% 하락한 배럴당 92.97달러로 마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