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지역 맞춤형으로 ‘의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지세가 강한 곳에선 당 대표색과 로고가 들어간 점퍼를 입고, 상대적으로 험지로 꼽히는 지역에선 양복을 착용해 당 색채를 옅게 하는 식이다.
18일 전남 순천시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이란 글자가 적힌 파란색 유세 점퍼를 입고 연단에 섰다. 이 후보가 민주당 선거운동복을 입고 유세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호남이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만큼 선명성을 강조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은 어두운색의 코트를 입고 유세에 임했다. 파란색 운동화와 목도리를 착용하긴 했지만 당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이 기간 이 후보는 주로 서울 유세에 주력했는데, 지역의 정권교체 여론이 큰 것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당 점퍼 대신 일반 정장을 택해 이 후보의 주력 메시지인 ‘통합’과 ‘실용’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9대 대선 때 선거운동복 대신 주로 양복 차림으로 유세 활동을 했다. 당시 선거대책위원회는 대통령 탄핵 사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역시 상대적으로 차분한 어조로 연설하며 ‘유능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별 공약과 비전을 조목조목 밝히고, 문답법을 활용해 청중의 주목도를 높이는 게 이 후보 연설의 특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유세에서 당 상징색인 붉은색 점퍼를 입었다. 당의 상징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정권교체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유세 때마다 손짓과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하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먹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어퍼컷 세리머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윤 후보도 선거운동 2일차인 16일 호남 유세에선 빨간색 점퍼를 벗고 정장을 입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한 지역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남 유세가 진행된 18일엔 다시 빨간 점퍼를 입었지만, 이날 오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을 때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