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부겸 국무총리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8일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는 1주일 전 김 총리가 내건 ‘용기 있는 결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팔라진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할 때 자영업자의 방역 완화 요구를 들어줄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달 넘게 계속된 ‘고강도 거리두기’에 힘겨워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모른 척하기도 힘들었던 터. 사적모임 허용 인원(최대 6명)은 그대로 두되 식당·카페 영업시간만 1시간 연장해주는 ‘어정쩡한 결단’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식당·카페 밤 10시까지 영업
새로운 거리두기에서 ‘새로운’ 내용은 다중이용시설 영업 종료 시간이 한 시간(밤 9시→10시) 늘어난 것뿐이다. “사적모임 인원을 8명으로 확대하는 것보다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이 낫다”는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영업시간 연장 혜택을 보는 업종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1그룹(유흥주점·클럽·헌팅포차 등)과 2그룹(식당·카페·노래방·목욕탕·실내체육시설)이다. 3그룹(PC방·영화관·파티룸 등)은 지금처럼 밤 10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기존과 달라진 또 다른 포인트는 적용 시점이다. 통상 금요일에 발표하면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행했지만, 이번에는 발표 다음날인 19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적용 기간도 2주가 아니라 3주(3월 13일까지)로 늘려 잡았다.
방역당국은 다음 거리두기 조정은 정점을 지난 뒤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일부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 13일 이전이라도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되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미크론 유행은 중장기적으로는 일상 회복으로 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트·백화점 ‘QR 입장’ 폐지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할 때 출입명부(QR코드, 안심콜, 수기명부)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도 19일부터 사라진다. 지난 7일 보건소 역학조사관이 확진자 동선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없앤 만큼 그동안 접촉자 추적 관리에 사용하던 출입명부가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패스 용도로 QR코드를 찍는 건 계속 유지한다. 이것마저 없애면 식당·카페에 백신 미접종자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입명부 용도로만 QR코드를 찍고 있는 백화점 마트 종교시설 등에선 출입구에 놓인 QR리더기가 사라지지만, 식당·카페에선 지금과 똑같이 QR코드 인증을 한 뒤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방역패스 적용시설은 식당·카페를 포함해 △유흥시설(단란주점 클럽 등) 및 노래방 △실내 체육시설 △목욕탕 △경륜·경정·경마·카지노 △멀티방·PC방 △실내 스포츠경기장 △마사지·안마소 △파티룸 등 11개다.
정부는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을 3월 1일에서 4월 1일로 한 달 늦추기로 했다. 법원이 서울과 경기지역에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심 결과가 3월 중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감안해 방역패스 운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