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보릿고개 맞은 극장가…韓 영화 개봉 연기 '악순환' [이슈+]

입력 2022-02-19 07:40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하루 확진자 10만 명 시대가 도래했다. 사회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 또한 다시 보릿고개를 맞았다.

극장가 최대 대목인 설 연휴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강하늘, 한효주 주연의 '해적:도깨비 깃발'과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가 개봉했으나 기대만큼 큰 성과를 보진 못했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했던 텐트폴(핵심 대작) 영화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배급사 등은 매해 대략 영화 개봉 일정을 정해놓고 시기를 보나 현재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개봉일을 명확하게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대표 '천만 감독'의 작품들도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김한민 감독의 '한산:용의 출현',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 류승완 감독의 '밀수' 등은 크랭크업을 마쳤으나 개봉일을 정하지 못했다. '공조2:인터내셔날', '비상선언', '승부', 교섭', '보고타', '마녀2', '범죄도시2'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다 할 신작 한국 영화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극장가에 걸릴 예정이다. 먼저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가 지난 16일 개봉해 하루 7만 278명을 동원해 올해 개봉 외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어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더 배트맨'이 오는 3월 1일, 롤랜드 에머리히의 재난 블록버스터 '문폴'이 3월 16일, 마블 스파이더맨의 빌런 '모비우스'가 3월 중 개봉 예정이다. 이 가운데 연우진, 지안 주연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월 23일)와 최민식 주연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3월 9일 개봉)가 개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700만 관객을 모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코로나 펜데믹 이후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것처럼 2~3월은 외화가 국내 스크린을 접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관계자들은 극장에 관객을 모으려면 다양한 한국 영화의 개봉이 절실하다는 견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처럼 관객이 꼭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하는 영화라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극장으로 발길을 향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봉을 염두하고 있는 대작만 30편. 한국 텐트폴 영화들이 대거 여름 성수기에 개봉할 경우, 일부 중소형 작품은 흥행하기 힘들어서 지금부터 조금씩 작품들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무작정 개봉했다가는 손익분기점 넘기도 힘들 수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생긴 이후 한국 영화에서 3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여 명), '반도'(381만여 명), '모가디슈'(361만여 명) 단 3편뿐이다.

한 관계자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 만큼 개봉일 하나 정하기도 쉽지 않다"며 "누구나 최적 시기에 개봉하려 하므로 눈치 싸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섣불리 개봉했다 출혈의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연간 관객이 약 2억 2600만 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약 5900만 명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1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 원이었다. 주문형비디오(VOD) 등은 극장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지만, 전년과 비교해 13.8%가 줄어든 4392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 전 국내 한국 영화 점유율은 평균 5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2021년 한국 영화 점유율은 30.1%로 2019년 대비 20.9%로 감소했다.

영화관은 팬데믹 이후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지침 기준보다 강화해 영화관을 운영해 왔으며, 2021년에는 대작 한국 영화('모가디슈', '싱크홀') 개봉지원을 위해 총제작비의 50%에 해당하는 약 200억 원, 입장 관객당 1000원에서 2000원의 인센티브로 총 75억 원을 지원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입장이다.

한국상영관협회는 정부에 한국 영화 개봉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회는 "영화관을 기점으로 한 한국 영화 개봉 및 흥행은 K-콘텐츠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와 같은 영화의 개봉 연기는 한국 영화산업에 악순환을 가져오고, 영화계를 넘어 K-콘텐츠 생태계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