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국경제신문 기사 읽어보기
오늘부터 약국과 편의점에서 소분해 파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가격이 개당 6000원으로 고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대용량 포장으로 공급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낱개 판매 가격을 6000원으로 지정했다. 약국과 편의점에 20개 이상 대용량으로 공급돼 매장에서 낱개로 소분해 파는 제품에 대한 것이다. 애초에 1개, 2개, 5개 등 소량 포장된 제품은 해당하지 않는다. 판매처에서 6000원 넘는 가격으로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게 되면 공중보건 위기대응법 제19조에 따른 유통개선조치 위반으로 고발될 수 있다. 또한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는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다. 재고 물량은 16일까지 온라인으로 팔 수 있지만, 17일부터는 이 역시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팔 수 있다. 1명당 1회 구매 수량은 5개로 제한한다. 한 사람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여러 차례 키트를 사는 것에는 제약이 없다. (15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
[제시문]의 핵심은 가격 통제입니다.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가격이 시중에서 여덟 배가량 치솟자 정부가 가격, 판매처, 구매량을 통제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문제는 정부의 가격, 수요, 공급 통제가 의도한 결과를 낳을까 하는 겁니다. 의도한 결과란 공급 부족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죠. 가격 결정경제학적으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집니다. 앨프리드 마셜이라는 경제학자는 이것을 수요 공급 그래프로 잘 나타냈습니다. 그래프 경제학의 시작이죠. 그래프는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고,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내린다는 걸 보여줍니다. 공급으로 표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키트 가격이 3000원대에서 여덟 배나 치솟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갑자기 늘었기 때문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보험회사 등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자가진단한 결과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에 주문이 몰렸고, 잔존 물량은 금세 동났습니다. 마스크 대란 때도 이랬습니다. 평소에 마스크 쓸 일이 거의 없다가 갑자기 마스크 주문이 몰렸죠. 기업들이 공급을 늘리려면 기계, 인력, 재료 투자를 더 해야 하는데 당장 그러기는 어렵죠. 시차가 발생하는 겁니다. 가격 불균형은 신호다[제시문]에서 보듯, 정부는 시중에서 2만4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던 키트 가격을 강제로 6000원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정부가 가격을 고정시킨 명분은 폭리의 비윤리성 또는 부도덕성일 겁니다. 정부의 가격 통제에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법이 ‘공중보건 위기대응법’이죠. 당국은 공중보건상 위기가 발생할 때 판매 조건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의도한 목적(가격 안정)을 시장보다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느냐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한답니다. 폭등하는 가격은 소비자인 수요자와 생산자인 공급자에게 동시에 신호를 보냅니다. ‘지금 당장 사지 말고 나중에 사라’ ‘기계와 인력을 더 투자해 생산을 늘려라’ 같은 메시지죠. 가격 상승은 곧 이익 증가를 의미하므로, 전국에 있는 기존 업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마스크에서 큰 이익이 생긴다면, 키트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면, 기존 기업들은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신규 업체는 재빨리 투자를 늘립니다. 가격은 빠르게 불균형에서 균형을 찾아갑니다. 2만원대가 6000원대보다 훨씬 더 유혹적일 터이죠. 애덤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이 공익(公益)에 기여’하는 경우죠. 최고가격제와 최저가격제정부의 고정가 6000원은 최고가격제로 볼 수 있습니다. 6000원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죠. 시장 가격이 7000원, 9000원, 1만원이든 상관없이 6000원 이상 받지 못하도록 통제한 겁니다. 최고가격제는 이런 탓에 암시장(black market)을 만들어 냅니다. 가격 통제를 피해 물량을 암시장으로 돌려 파는 겁니다. 암시장에선 그것이 최소한 6000원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니까요. 암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장기(臟器) 시장입니다. 장기 거래는 불법화돼 있는데도 암암리에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거죠. 외국 담배 수입이 금지되는 경우에도 암시장이 생깁니다.
최고가격제의 반대인 최저가격제도 있습니다. 시장 가격은 더 낮은데 정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지 못하게 하는 거죠.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제입니다. 시간당 8000원에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많은데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정해 놓으면, 편의점 업주는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인답니다. 자칫 최저임금제가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죠. 정부는 시장에만 가격을 맡겨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시장은 거꾸로 주장합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공급 부족을 빠른 속도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이번 기회에 독점가격, 가격차별, 가격과 가치의 차이도 알아두세요. 또 다이아몬드가 왜 물보다 비싼지 찾아보세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앨프리드 마셜이라는 경제학자의 업적을 알아보자.
2. 코로나 마스크와 자가진단키트의 가격 동향을 비교해보자.
3.최저가격제와 최고가격제의 차이를 정리해 장단점을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