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3일부터 매주 치킨·햄버거·김밥 등 12개 주요 외식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공표한다.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불안이 심화하자 주요 생활 밀접품목의 가격 인상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매주 총 12개의 외식품목을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브랜드 상위 업체의 대표 메뉴 가격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표하는 12개 품목은 죽·김밥·햄버거·치킨·떡볶이·피자·커피·자장면·삼겹살·돼지갈비·갈비탕·설렁탕 등이다. 이 중 죽·김밥·햄버거·치킨 등은 4대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더 상세한 내용을 공개한다.
aT는 외식산업 정보 관련 페이지인 '더(The) 외식'을 통해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을 공표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 9일부터 공개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내용 보완을 거쳐 2주 뒤인 23일부터 공개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배달수수료 등 업체별 배달요금도 매달 조사해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가 외식물가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외식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아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상승률은 5.5% 였다. 2009년 2월 5.6% 상승 이후 12년 1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내주부터 외식물가를 공개하기로 한 결정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가 공표가 시작되기 전 가격을 인상해야 향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외식물가 공표 대상인 햄버거 업체 맥도날드는 지난 17일부터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맘스터치와 롯데리아, 버거킹, 쉐이크쉑 등도 앞서 가격을 인상했다. 도미노피자 등 피자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대응책도 논의됐다. 정부는 4월 말까지로 예정된 유류세 20% 인하를 연장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일반 주유소가 알뜰 주유소로 전환하려는 경우 주유소간 거리 제한을 완화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차관은 "어려운 대내외 물가여건으로 2월 물가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