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코픽스 금리가 8개월 만에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조정됐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감소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2월(1.69%)보다 소폭 하락한 1.64%로 집계됐다. 신규 코픽스는 수신금리와 시장금리 변동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해당 수치는 이들 은행이 해당 월에 새로 취급한 수신상품 금리와 금융채 발행 금리로 산출된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1.30%에서 1.37%로,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1.03%에서 1.08%로 각각 상승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조정에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신규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3.73∼5.23%에서 3.68∼5.18%로 낮아졌으며,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는 3.73∼5.23%에서 3.78∼5.28%로 높아졌다.
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도 3.47∼4.37%에서 3.42∼4.32%로 하락했으며,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범위도 3.88∼4.89%에서 3.83∼4.84%로 상·하단이 0.05%포인트씩 조정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신규 코픽스 주담대 변동금리는 각각 3.68~4.63%, 3.764~5.064%로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신규 코픽스의 하락은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4000억원 줄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내어주는 데 필요한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것도 시차를 두고 예·적금 금리에 반영되는 만큼, 다음달 코픽스를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픽스 외에도 대출 금리는 점차 올라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물가상승률이 기대한 만큼 내려가지 않는다면 현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책적 완화를 제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국내 채권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4일 2.347%로, 2014년 9월23일(2.3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은행채 5년물 금리도 2.794%로, 2018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시중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은 보통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이유로 두 차례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주담대 금리가 7%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물가추세 측면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국내 채권 시장금리 상방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가 1.75%에 도달할 수 있고, 기준금리를 조기에 1.5%로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