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를 위해 총영사관에서 5일간 밤을 새우면서 ‘자가격리 면제’ 서류 작업을 했어요. 하루 이틀이 지나니까 거짓말처럼 총영사관에 선물이 쌓였습니다.”
‘서비스 행정의 달인’으로 캘리포니아 교민사회에 이름을 널리 알린 이원강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영사(사진)가 오는 20일 원 소속인 서울시로 복귀한다. 이 영사는 행정고시 49회로 기획조정팀장 등 서울시 핵심 보직과 청와대 파견 근무를 경험한 에이스 관료다. 2019년 2월 외교부와 서울시 간 인사 교류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부임했다.
귀임을 앞둔 이 영사를 17일 만나 ‘영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그는 지난해 7월 1일 시행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 처리 과정을 꼽았다. 정책이 갑작스럽게 시행됨에 따라 해외 공관 근무자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면제신청 서류만 완벽하게 들어와도 처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이 영사는 마이크를 잡고 유튜브 생중계를 시작했다. 2시간 동안 1000명 이상의 교민이 시청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조회 수는 2만 회까지 올라갔다. 이 영사는 “방송 이후 접수한 서류의 90% 이상이 완벽했다”며 “한국인의 대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800건 넘는 신청 서류가 밀려 들어오면서 후속 작업은 철야로 이뤄졌다. 이 영사는 교민들의 빠른 한국행을 돕기 위해 밤새워 일했다. 교민들은 총영사관에 수시로 격려의 뜻을 담은 커피와 빵 등을 보냈다. 그는 “서울시에서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큰 감동을 받았다”며 “민·관이 하나가 돼 힘을 합칠 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거버넌스 이론’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사는 대민 업무를 시작하며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구글 평점을 3.4점에서 3.7점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번호표와 카드결제 시스템을 민원창구에 도입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콜로라도주와 유타주에 순회영사를 다녀왔다. 현재 평점은 4.1점, 미국 내 총영사관 10곳 중 1위가 됐다. 이 영사는 “4급 공무원이지만 9급처럼 일하면서 행정 현장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이 영사에게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물었다. 그는 “문제에 도전하고 협력해서 해결하는 실리콘밸리 문화가 정말 좋았고, 결국 동경하게 됐다”며 “단순히 벤치마킹해보고 싶다는 수준을 벗어나 나중엔 ‘실리콘밸리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영사는 총영사관에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실리콘밸리 한인타운에 자주 나와 주재원, 스타트업 창업자, 빅테크 직원들을 스스럼없이 만난다. 이때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그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 것”이라며 “3년간 쌓은 경험이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이상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