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주행' 승소 김보름 "평창, 이젠 보내줄게…위자료는 기부"

입력 2022-02-17 17:26
수정 2022-02-17 19:17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강원도청)이 과거 '왕따 주행' 논란을 빚은 노선영 전 국가대표 선수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심경을 밝혔다.

김보름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길고 길었던 재판이 드디어 끝났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보름은 "누구보다 열심히 그날을 위해 준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스케이트란 운동에 미쳐 있었다"며 "‘스케이트가 없으면 나도 없다.’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배운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잘하는 것도 스케이트 하나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기 살기가 아닌, 죽어보자 마음먹고 평창 올림픽을 준비했었다"며 "2018년 2월 24일. 내 몸은 내가 노력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김보름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메달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쏟은 김보름은 빙판 위에서 국민에 사죄의 절을 올렸다. 앞서 2018년 2월19일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강원도청)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은 한참 뒤처져 들어왔는데 김보름이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인터뷰 태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비난이 거세졌다.

2019년 1월 김보름은 자신이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와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SNS에 "(평창올림픽)그 이후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위자료로 받게 될 금액은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와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로써 조금 아주 조금 아물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이렇게 지나간 나의 평창올림픽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이제야 그 평창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진짜 보내줄게. 안녕, 평창. 잘 가"라고 썼다.

이어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고, 경기는 이틀 뒤로 다가왔다"며 "비록 4년 전 기량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평창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나의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냈던 선수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