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도 바둑과 비슷 물고기의 수 읽어야"

입력 2022-02-17 16:47
수정 2022-02-18 02:09

“낚시를 하다 보면 잡고 싶은 물고기가 생깁니다. 그런 물고기를 하나둘 공부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덕업일치’(광적으로 좋아하는 ‘덕질’과 직업의 일치)를 이룬 비결을 묻자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씨(46·사진)는 이같이 답했다. 김씨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산물 전문가로 꼽힌다.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등 다섯 권의 책을 냈다. 그의 블로그 ‘입질의 추억’은 고품질 수산물 정보의 보고로 정평이 나 있다.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종종 김씨에게 수산물과 관련해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는 구독자 수 75만 명으로 국내 낚시 채널 중 1위다.

김씨를 어류 칼럼니스트의 길로 인도한 것은 낚시였다. 2003년 직장 상사를 따라 경기 대부도 시화방조제로 생애 첫 바다낚시를 나간 게 시작이었다. 그날로 그는 낚시의 매력에 눈을 떴다. 집에 돌아와 5만원을 들여 낚싯대와 릴을 마련했다. 낚싯대를 들고 국내 바다 곳곳을 누볐다. 대상어(잡고자 하는 물고기)를 낚기 위해 민박집 주인과 낚시꾼, 선장, 시장 상인들을 취재했다. 인터넷에서는 찾기 힘든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꼼꼼히 메모하고 정리했다. 2010년에는 직장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다.

낚시의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걸까. 김씨는 “낚시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과 비슷하다”며 “내가 둔 수가 통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낚시꾼은 대상어의 습성과 기상 수심 물때 조류 등에 따라 도구의 조합을 달리하는데, 이를 채비라고 한다. 김씨는 “채비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며 “그중 하나의 채비를 택해 물고기를 꼬드겼을 때 얻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낚시 경험과 수산물, 요리 정보를 주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씨는 “한국은 수산물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지만 수산물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수산물에 대한 상식과 정보를 탄탄하게 다지고 수산물업계의 저변을 넓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