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항에서 6t급 어선에 몸을 싣고 북서쪽으로 한 시간 20분가량 달려 도착한 소관탈도. ‘삑’ 하는 선장의 신호음으로 낚시가 시작된다. 한 3분쯤 흘렀을까? 선미에 선 박원기 씨(43)가 ‘히트’를 외친다. 활처럼 휘어진 낚싯대에 달린 릴이 힘겹게 돌아간다.
“와~~, 크다! 커!” 희끄무레한 물고기 형체가 표층으로 떠오르자 감탄사가 쏟아진다. 뜰채 대기를 몇 번 실수한 끝에 올라온 고기는 70㎝짜리 방어. 박씨는 “살이 포동포동 올라서 힘이 장사”라고 했다.
제주에 찬바람이 불면 전국에 흩어진 조사(釣士·낚시꾼)들의 마음도 설렌다. 대물을 낚을 수 있는 겨울 낚시 시즌이 왔기 때문이다. 지깅 낚시는 최근 들어 폭넓게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낚시 장르다. 초보자들이 쉽게 대물을 낚을 수 있어서다.
지깅 낚시는 한 뼘 정도 크기의 작은 물고기를 닮은 메탈지그(인조미끼)를 떨어뜨린 뒤 고패질(저킹·jerking)을 하면서 물고기를 유인해 낚는 낚시 기법이다. 선장이 레이더 장비로 어군을 탐지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해도 ‘꽝’이 없다. 지난달 25일 선상 지깅 낚시에 도전했다. 동행한 박상용 기자는 피서지에서 1~2시간 체험 낚시를 해본 것을 제외하면 바다 낚시 경험이 전무하다.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기자도 지깅 낚시는 처음이다.
낚시를 시작한 지 15분쯤 지나니 ‘삑~삑’ 두 번의 신호음이 들린다. 릴을 감으라는 신호. 조황이 시원치 않자 북동쪽으로 약 8㎞ 떨어진 대관탈도로 이동했다.
다시 낚시가 시작되고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 “어어, 몸이 끌려들어가요, 입질이 온 거 같아요” 생애 첫 대형 고기를 낚은 박 기자가 ‘난리법석’이다. “낚싯대를 겨드랑이에 단단히 고정하고 뜰채 쪽으로 릴을 감아요” 뜰채를 댄 강원우 물곰호 선장(39)이 침착하게 고기를 끌어올렸다. 계측하니 79㎝ 부시리.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박 기자의 목소리 톤이 한껏 높아졌다.
“와, 이거 손맛이 아니라 몸맛이네요. 인생 첫 고기가 약 80㎝라니, 실화인가요?”
선장이 챙겨온 ‘갈비찜’ 점심이 꿀맛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항은 빈작 수준. 수동 스피닝릴을 쓴 박원기 씨만 네 마리 정도를 낚았고 기자는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강 선장은 “고기의 활성도가 좋지 않을 땐 미끼(메탈지그)의 움직임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수동릴이 유리하다”며 “하지만 입질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전동릴 조황이 훨씬 좋다”고 했다. 이어 “오후 2시 이후 조류가 살아나면 조황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강 선장의 호언과 달리 오후 2시를 넘어서도 입질은 뜸했다. 강 선장도 “물때가 조금이라 조류가 잘 안 간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소관탈과 대관탈 사이를 오가던 배가 다시 대관탈도를 마주보고 포인트를 잡았다.
“히트~~” 이번엔 기자가 걸었다. 약 9시간 만에 첫 입질이다. 바늘을 뿌리치려는 대어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한 가닥 낚싯줄을 통해 그대로 손바닥에 전해졌다. 범상치 않은 대물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5분여간 사투 끝에 고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강 선장이 “삼치~”라며 “뜰채를 대지 말라”고 외쳤다. 날카로운 삼치 이빨에 뜰채가 찢어지기 때문이다. 갈고리처럼 생긴 ‘갸프’를 가져와 삼치를 찍어서 끌어올렸다. 길이를 재보니 1m를 살짝 넘겼다.
감흥에 젖는 것도 잠시. 여기 저기서 “히트~”를 외치는 소리가 잇따랐다. ‘소나기 입질’이 시작됐다. 메탈지그를 내리기 무섭게 고기들이 낚아챈다. 삼치, 부시리, 방어가 골고루 섞여 나왔다. 강 선장은 “마지막 2시간여 낚시로 ‘만선’이 됐다”며 만족했다.
먹을거리로 대삼치 일곱 마리와 대부시리 한 마리만 챙겼는데, 양손으로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남은 절반가량의 고기는 두고 오면 불우이웃 등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애월항을 마주본 인근 횟집에서 손질을 부탁하니 자그마치 무게만 28㎏. 삼치구이를 맛본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아빠, 언제 또 낚시 가요”라고 보챘다.
제주=좌동욱/박상용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