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이미 지옥…확진자 정점 찍은 뒤에나 거리두기 완화를"

입력 2022-02-16 17:07
수정 2022-02-17 01:11
‘밸런타인데이’(14일)였던 지난 월요일, 전국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는 예외 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주말 동안 코로나19 증상을 느낀 ‘감염 의심자’들이 일제히 검사소로 향한 탓이다. 1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검사 건수(65만 건)는 13일(28만 건)의 두 배가 넘었다.

늘어난 검사 건수는 ‘사상 최대 확진자’로 이어졌다. 5만 명대에서 6만~8만 명대를 건너뛰고 9만 명대로 직행했다. 단순히 검사 건수가 늘었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확진자가 60% 가까이 늘어난 적은 없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정부의 방역완화 정책을 만난 결과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전주에 비해 두 배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4주째 나타난 만큼 다음달 초에는 2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주째 ‘더블링’…“다음달 초 20만 명” 수요일은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효과’가 사라지는 요일이다. 월요일 검사 결과가 화요일 집계를 거쳐 수요일 오전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주말 변수를 뺀 ‘수요일 확진자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확진자 수는 △1월 19일 5804명 △1월 26일 1만3007명 △2월 2일 2만268명 △2월 9일 4만9550명 △2월 16일 9만443명이었다. 4주 연속으로 ‘더블링’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더블링의 주요 원인으로 ‘숨은 감염자’를 꼽는다. 실제로는 양성이지만 정확도가 낮은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가짜 음성’들이 새로운 전파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9일부터 밀접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를 없애고, 확진자 동선 추적을 폐기한 것도 숨은 감염자 양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더블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음달 확진자가 20만 명 이상 나올 것으로 봤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최대 3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위중증 환자 수도 증가세로 돌아서전날 위중증 환자는 313명으로 14일(314명)보다 1명 감소했다. 하지만 시계를 1주일 전으로 돌리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지난 10일 271명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여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폭증하는 만큼 위중증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확진자 수 추이와 위중증 환자 수 추이에 2~3주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확진자 3만 명 시대’가 열린 지 2~3주가 되는 2월 말~3월 초 위중증 환자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위중증 환자가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1500~2000명)을 넘어서면 현재 27% 수준인 중환자 병상가동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연말연초의 병상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다음달 위중증 환자가 3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수 전문가는 정부가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경우 오미크론 확산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위중증 환자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장은 이미 지옥이 되고 있다”며 “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는데도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