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사건' 뺨치는 계양전기 횡령

입력 2022-02-16 17:29
수정 2022-02-17 00:30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계양전기의 재무팀 직원이 자기자본(1926억원)의 12.7%에 달하는 24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지난 15일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215억원 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뒤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자 중견기업들도 횡령 공포에 떨고 있다.

계양전기의 방식은 오스템임플란트 사례보다 정교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은 회사 자금을 직접 인출한 뒤 은행 잔액 증명서를 위조했지만,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은 은행 잔액엔 직접 손대지 않고 납품처에서 대금을 받아 챙긴 뒤 다른 거래처에 지급했다고 서류를 위조했다.

올초 삼일회계법인이 재무감사를 시작하며 채권 존재를 상대방 회사에 확인하려고 거래처 목록을 요청했지만, 재무팀이 3주 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감사팀의 추궁 끝에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거래처 자금 결제가 일정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관행을 악용해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회사 측과 감사인은 추정하고 있다.

적발될 게 뻔한 방식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은 최근 증시와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자 자금을 잠깐 유용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한탕주의’가 만연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전 기업 횡령은 대부분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주도로 조직적으로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형태와는 다소 다르다.

계양전기는 총자산이 2954억원으로 적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 기업이 아니다. 이 경우 영업팀을 비롯해 재무·회계팀이 자금 관련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감시하는지를 서류상으로만 검토한다. 중견 회계법인 관계자는 “인력을 많이 고용하기 힘든 중견·중소기업은 재무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횡령할 수 있게끔 운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거래 정지된 계양전기 주식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 해성산업의 연결 기준 총자산이 2조3000억원대에 이르며 부채 비율은 81%로 낮다.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초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 대상으로 결정되면 매매거래정지 상태가 지속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