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 공개된 드라마 ‘시맨틱 에러’와 오는 28일 방영을 시작하는 SBS 월화 드라마 ‘사내맞선’. 둘의 공통점은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이다. 저수리 작가의 시맨틱 에러는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에서 인기리에 연재됐고, 사내맞선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로 연재된 데 이어 웹툰을 거쳐 드라마로 제작됐다. 웹소설이 독서시장의 주축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데 이어 드라마, 웹툰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전체 출판·독서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웹소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추산에 따르면 2013년 100억~200억원이던 웹소설 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대로 커졌다. 60배 가까운 성장이다. 2018년 현재 플랫폼별로 평균 88만2322편이 유통되며, 하루평균 201만2200회가 조회됐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플랫폼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네이버시리즈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50%에 달했다. 리디도 2018~2020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40%에 육박했다. 톡소다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5%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문피아와 조아라 등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웹툰 및 각종 해외사업 부문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지난해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7767억원에 달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다.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메가 히트작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시리즈의 무협물 ‘화산귀환’(비가)은 지난해 12월 누적 매출 150억원을 달성했다. 판타지물 ‘전지적 독자 시점’(싱숑)도 지난해 5월 누적 거래액 100억원을 넘어섰다.
웹소설에 기반한 웹툰, 드라마, OST 등 2차 창작물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엘리즈),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김은정), ‘홍천기’(정은궐) 등이 동명의 드라마로 공개됐다. ‘상수리 나무 아래’(김수지), ‘흑막 용을 키우게 되었다’(달슬) 등은 웹툰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도 웹소설에서 출발한 드라마가 줄을 이을 예정이다. 시맨틱 에러, 사내맞선에 이어 ‘키스 식스 센스’(갓녀), ‘신입사원 김철수’(오정)도 드라마로 선보일 계획이다.
웹소설이 콘텐츠의 원천 스토리로 각광받으면서 주요 플랫폼은 자기만의 특화전략으로 시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는 덩치를 앞세워 로맨스와 판타지, 무협 등 전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도모하고 있다. 리디는 독점 연재형 웹소설을 거의 매일 시작하고, 독점 전자책(단행본) 신작을 매월 300종 이상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문피아는 무협, 판타지 등 남성 취향의 작품에 강점을 보이고, 조아라는 로맨스 판타지와 로맨스 등 여성 취향의 장르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의 웹소설 플랫폼 톡소다는 오프라인 서점과 시너지 효과를 노리면서 전문 플랫폼을 추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약 1688억원을 들여 대형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지분 56.26%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것도 웹소설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사례다. 박제연 네이버웹소설 리더는 “웹소설이 활성화하면서 전에는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르소설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 텍스트형 콘텐츠로 변모했다”며 “웹소설을 웹툰, 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접목하려는 시도가 느는 만큼 그 매력이 더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