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약물 스캔들’로 물의를 빚고 있는 러시아 피겨 간판 카밀라 발리예바(16·사진)의 도핑 검사에서 검출된 약물이 모두 세 종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을 검사한 스톡홀름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이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외에 하이폭센(Hypoxen)과 엘카르니틴(L-Carnitine) 등 두 종류의 약물도 함께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협심증 치료제지만 지구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4년부터 금지 약물로 지정한 트리메타지딘과 달리 하이폭센과 엘카르니틴은 금지 목록에 없는 약물이다. 하이폭센은 산소 포화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해 심장이 지치지 않게 도와준다. 주로 다이어트약에 포함되는 엘카르니틴은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비스 티가르트 미국반도핑기구(USADA) 회장은 “(발리예바 같은) 어린 선수의 소변 샘플에서 여러 가지 약물이 검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하나는 금지 약물이고 둘은 허용되는 약물이지만 세 가지를 조합하면 피로는 줄이면서 지구력은 높이고, 산소 사용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엘카르니틴은 경구 복용은 허용하지만 주사나 수액으로 다량 투여하는 건 경기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발리예바 측은 금지 약물이 검출된 것은 ‘실수’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발리예바는 앞서 열린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서 “트리메타지딘 검출은 심장약을 복용하는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발리예바의 할아버지가 트리메타지딘이 들어간 심장약을 복용해왔는데 할아버지와 같은 컵을 사용해 성분이 검출됐다는 주장이다. 발리예바의 어머니는 자신이 출근하기 때문에 딸의 연습에 할아버지가 늘 동행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이폭센에 대해선 “발리예바가 심박수 조절을 위해 복용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AS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도핑 관련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주요 단체들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CAS의 결정으로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했다. 완벽한 연기를 펼치지 못하고도 82.16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한 발리예바는 17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IOC는 발리예바가 어떤 성적을 거둬도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고 있다.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은 쇼트프로그램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데 25위인 핀란드의 제니 사리넨에게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이 부여됐다. 발리예바를 ‘없는 선수’로 취급한 셈이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획득하더라도 메달 세리머니는 물론 꽃다발 세리머니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