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컵' 핑계 발리예바, 전문가 "화장실에서 성병 옮았단 핑계와 같아"

입력 2022-02-17 04:53
수정 2022-03-18 00:01

러시아의 피겨 간판 카밀라 발리예바가 할아버지를 핑계 구실로 삼은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이 그의 핑계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16일(한국 시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발리예바의 도핑 양성 반응이 심장병약을 복용하는 할아버지와 같은 컵을 썼기 때문이라는 핑계가 '변명'이라고 보도했다.

발리예바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팀 이벤트)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채취된 도핑 표본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돼 시상식이 사실상 취소됐다.

여기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발리예바 도핑 표본에서 심장 치료제이지만 금지약물로 지정되지 않은 하이폭센과 엘카르니틴도 검출됐다고 보도해 발리예바를 향한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발리예바 변호인 측은 발리예바의 할아버지가 복용하던 약으로 인한 오염으로 생긴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컵을 썼기 때문에 발리예바의 소변 표본과 할아버지 심장약이 섞였다는 것.

그러나 타임지를 통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발리예바와 변호인 측이 비겁한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심장 전문의인 스티븐 니센 박사는 "발리예바의 변명은 화장실에서 성병에 걸렸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라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측정 절차와 분석법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심장약을 복용하는 사람과 같은 컵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의장이자 미국심장협회 회장인 도널드 로이드-존스 박사는 "심장약 성분이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는 결과와 증거를 본 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특히 로이드-존스 박사는 "트리메타지딘은 신체에서 대사되고 비교적 빨리 배설되기 때문에 하루에 세 차례 이를 복용해야만 양성반응을 보일 수 있다. 트리메타지딘은 복용 후 2~6시간 이내에 혈중 최고 수치를 보이고 대부분은 24시간 이내에 제거된다"라며 "컵을 같이 사용했다거나 피부에 접촉됐다는 이유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발리예바가 최근 또는 만성적으로 트리메타지딘에 노출됐을 때만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 발리예바의 약물 복용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CAS의 결정으로 발리예바는 15일 열린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예정대로 나섰다.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 등 82.16점을 획득,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3위권 안에 들 때 시상식을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