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에 진출하면서 은행권의 비대면 주담대의 대세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은행권은 낮은 금리를 앞세운 카뱅을 견제하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신용대출을 출시했을 때처럼 은행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오는 22일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다. 카뱅 주담대는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구매 자금에 대해 대출을 제공한다. 신규 주택 구입 자금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대출 대환, 생활 안정, 전월세보증금반환 대출도 취급한다.
송호근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스튜디오 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도 4~5년 내 모바일 비대면 대출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가능 대상 지역은 물론, 시세 한도 9억원 이하 조건도 점차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측면에선 경쟁력을 앞세웠다. 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은 연 2.99~3.54%, 혼합금리(고정금리 5년 적용) 대출은 연 3.60~3.93%대로, 대출 기간?거치 기간?상환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원이다. 상환 방법은 원금 균등 분할과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는 100% 면제한다.
다른 은행들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과 비교하면 금리가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4.15~4.95%로, 최대 5억원이 대출한도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은 금융채 6개월물 기준 변동금리가 3.614~4.214%로,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으로 3.58~4.63%다.
카뱅은 비대면 주담대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인 만큼,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송호근 팀장은 "현재 시중 기준금리가 자주 변동되고 있지만, 카뱅 주담대 금리는 타행보다 낮은 평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고정금리형 상품이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보금자리론도 조만간 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이벤트로 '맞불'…"챗봇 상담능력이 관건"은행권도 카뱅의 주담대 출시에 대해 견제하는 모양새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의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연 0.50%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최저금리는 연 4.00%에서 연 3.50% 기준으로 낮춰졌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한도조회 이벤트를 3월 말까지 전개한다. 아파트론을 신청하고 2개월 내 대출 실행 고객을 추첨해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 경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은행권은 과거 카뱅이 신용대출을 내놨을 때처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잇따라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후 은행권 전반으로 비대면 대출 시장이 확대된 바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스크래핑(데이터 추출 기술)을 통해 서류 제출 없이 대출을 내어준 것이 혁신적이었지만, 주담대는 당국의 규제가 강한 만큼 이를 기술적으로 넘어서긴 힘들다는 점에서다.
추가로 아파트 거래가 침체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는 4만1713건으로, 2012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거래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가까운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 시장이 침체된 만큼, 주담대 수요가 많이 이어질 지 의문"이라며 "은행권에서 주담대의 비대면 비중은 미미하고, 대면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카뱅의 시장 안착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카뱅이 선택한 대화형 인터페이스(챗봇)이 고객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해 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대출 진행 과정에서 지역별로 물건지 별로 따져야 할 것이 많아서 차주들의 질문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챗봇의 상담 능력이 영업점 직원 역량이 된다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가야 하겠지만, 정해진 패턴대로 따라간다면 상담 과정에서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