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 눈물 '뚝뚝'…지상파 3사 이례적 침묵 중계

입력 2022-02-16 07:38
수정 2022-02-16 09:43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가운데 올림픽 개인전에 데뷔했다. 그는 멘털이 흔들린 듯 불안한 연기를 했으나 1위를 차지해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는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 총점 82.16점을 받았다.

기계 같은 점프를 선보여 왔던 발리예바는 첫 점프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뛰다 두 발로 착지하는 등 실수를 범했다.

연기가 끝난 후 발리예바는 최근 사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듯 하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 전날까지 공식 훈련에도 참여했던 발리예바는 이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올림픽 출전 허가 발표 직후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고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겨 레전드 김연아를 비롯한 많은 스포츠인이 CAS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를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했다. 그가 메달을 획득하면 메달 세리머니 등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상위 24명 안에 들어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게 되면 25위를 한 선수에게도 출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5위를 한 제니 사리넨(핀란드)이 프리 출전권을 얻었다.


지상파 3사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중계를 한 해설진도 발리예바가 연기한 3분간 침묵을 지켰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출전이 강행된 연기에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알린다"고 말했다.

KBS, SBS 해설진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난 후 점프 실수에 관해서만 설명했고, MBC 해설진은 경기 중 침묵을 지키며 발리예바가 수행한 기술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했다.

피겨 국가대표 출신인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많은 것을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가장 화나는 부분은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SBS 캐스터는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 정정당당하게 싸워왔던 선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거냐"며 "이 선수(발리예바)를 천재 소녀라고 했었는데, 약물을 복용해 천재가 된 소녀였다"고 비판했다.

남현종 KBS 캐스터는 "약물을 복용한 발리예바 선수도 책임이 있지만, 그 뒤에 더 책임을 져야 할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유영과 김예림(이상 수리고)는 안정된 연기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확정했다.

유영은 기술점수(TES) 36.80점, 예술점수(PCS) 33.54점, 총점 70.34점을 받아 자신의 최고점(78.22점)을 깨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무대만 따지면 한국 선수로는 김연아(2010년 78.50점·2014년 74.92점)에 이어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3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30명의 출전 선수 중 6위를 차지해 25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가볍게 획득했다.

김예림은 기술점수(TES) 35.27점, 예술점수(PCS) 32.51점으로 67.78점을 받아 9위 자리에 올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