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들인 금융지주 CEO들, 주가 반등으로 '흐뭇'

입력 2022-02-15 17:55
수정 2022-02-16 01:16
올 들어 금융주가 크게 반등하며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 ‘성적’이 금융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차익(약 3억7400만원)이 가장 컸고, 매입가 대비 시가 환산 수익률(58.9%)도 가장 높았다. 이어 윤종규 KB금융 회장(약 2억5600만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약 1억7800만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138만원) 순이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조용병 회장은 신한지주 주식 1200주를 주당 3만8400원에 시장에서 매입했다.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게 신한금융 측의 설명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전체 4조193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자사주 투자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신한지주가 2020년 대규모 증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이 CEO에 오른 뒤 사들인 자사주는 8913주로 매입가 대비 평가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임원이 되기 전 사들인 주식을 포함해 보유한 주식은 총 1만8380주(약 7억4000만원)다.

김정태 회장의 자사주 평가차익이 가장 크고, 수익률도 높았다. 오랫동안 임원, CEO를 지내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회장에 오른 뒤 여덟 차례에 걸쳐 2만293주를 평균 단가 3만1258원에 매수했고, 주식 평가액은 약 3억7400만원 늘어났다. 회장직에 오르기 이전 매수한 주식을 포함하면 보유 주식 수는 6만5668주(약 32억원어치)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회장에 오르기 이전 임원 시절에도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했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은 그동안 1만5700주를 평균 단가 4만8194원에 매수했다. 현재가 10억1400만원어치로 평가이익은 약 2억5600만원이다. 손태승 회장은 최근 4~5년간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평을 듣는다. 투자 스타일은 ‘정기 분할 매수’로 우리은행장 시절인 2018년 3월부터 16차례에 걸쳐 우리금융 주식을 5000주씩 사들였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손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도 1억7800만원 올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회장은 지주 재출범을 이끈 인물로 주가 부양 의지도 컸다”며 “우리금융이 향후 증권, 보험 등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주가가 크게 오른다면 직원 중에서는 주식을 가장 많이 매수한 손 회장의 수익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