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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도쿄올림픽 도로와 산악자전거(MTB)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두 명의 선수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본 기업 시마노(7309)의 부품을 장착한 자전거를 탔다는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부터 산악을 달리는 자전거까지 전 세계 80%의 자전거에는 시마노 부품이 들어간다. 과거 웬만한 컴퓨터에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들어갔듯 대부분 자전거에 시마노의 부품이 들어가 ‘자전거계의 인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마노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다. 주가도 이에 반응해 코로나 저점 이후 2배 상승했다. 코로나 수혜가 끝난 이후의 실적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주가는 최근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로 다시 반등했다. 수혜 끝난 줄 알았는데 ‘서프라이즈’15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시마노는 2만8250엔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 발생 후 기록한 저점(1만2930엔) 대비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자전거가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있는 레저활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마노 주가는 지난해 9월까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코로나가 종식된 뒤에도 지금과 같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속에 주가는 3만5550엔(지난해 9월)을 고점으로 최근 소강 상태를 보였다.
런 시마노의 주가가 지난 9일 17% 급등했다.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때문이었다. 8일 시마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483억엔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고급 자전거용 변속기 가격을 5%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호실적에 더해 판매가격 인상까지 내건 시마노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부품 혁신 주도1921년 설립된 시마노는 1972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였다. 시마노는 앞으로 고급 자전거가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에 브랜딩을 시작했다. 1973년 ‘듀라에이스(Dura-ace)’라는 이름을 붙인 컴포넌트 방식의 부품이 그 시초다. 그 전까지 자전거는 변속기와 체인 등 각각 다른 회사에서 나온 부품을 조립해 만들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시마노가 아무리 좋은 변속기를 만들어도 좋지 않은 체인을 쓰면 최상의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시마노는 변속기와 체인 등 부품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 컴포넌트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방식을 통해 자전거 부품의 상당 부분을 시마노가 독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후에도 이용자의 시선에서 제품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변속기 혁신이다. 자전거의 기어를 바꾸면 손가락 끝에 ‘틱’ 하는 감각이 느껴진다. 이 감각을 1984년 처음 도입한 게 시마노였다. 그 전까지 자전거 변속은 감에 의존했다. 그러다 보니 레이스 막바지에 선수들이 지치면 변속을 잘못하는 실수가 왕왕 발생했다.
시마노는 손끝의 감각을 추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90년엔 변속기를 손잡이 근처에 놓는 발상의 전환도 이뤄냈다. 과거 변속기 레버는 주로 자전거 바퀴 위 프레임에 달려 있었다. 대체 불가능한 자전거 부품사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끝에 시마노는 대체 불가능한 부품회사가 됐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부터 방탄소년단 RM과 진의 자전거까지 전 세계의 80% 넘는 자전거에 시마노 부품이 장착돼 있다. 시장에선 시마노의 미래 실적도 낙관한다. 실적 낙관의 근거는 한창 개발을 거듭 중인 전동어시스트다. 전동어시스트는 자전거에 부착하는 모터로, 페달을 약하게 밟아도 모터가 힘을 보태준다. 이 모터를 달면 노약자도 편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이 부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마노는 올해 실적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본다. 시마노가 제시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5800억엔, 영업이익은 8.6% 증가한 1610억엔이다.
모리 다카히로 미즈호증권 시니어애널리스트는 “코로나로 인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시장에선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 것이라고 봤다”며 “보수적인 시마노가 올해 영업이익 증가를 내세울 정도니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도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