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한국 영화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개봉을 미룬 가운데 한산한 극장가를 채워줄 구원작들이 잇달아 나온다. ‘트와일라잇’ 등에 출연한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 2005년 개봉한 ‘오만과 편견’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조 라이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시라노’, 한국 영화 기근에도 개봉을 결정한 최민식 주연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스크린을 장식한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더 배트맨’은 2시간56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미국 영화정보사이트 IMDB가 발표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영화’에 선정된 작품이다. 연출은 ‘혹성탈출’의 맷 리브스 감독이 맡았다. 배트맨 역에는 로버트 패틴슨이 새롭게 캐스팅돼 영웅의 세대 교체를 알린다.
영화는 배트맨이 아직 히어로로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2년차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비 없는 배트맨과 그를 뒤흔드는 악당 리들러(폴 다노 분)의 대결이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배트맨은 리들러가 던진 단서를 추적하며 탐정으로 맹활약한다. 그동안 배트맨 시리즈에선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원작 만화에서 배트맨은 ‘세계 최고의 탐정’이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리브스 감독은 “젊은 배트맨이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그래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시라노’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고전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사랑의 시를 대신 써주는 시인 시라노(피터 딘클리지 분)와 진실한 사랑을 원하는 여자 록산(헤일리 베넷 분), 사랑의 시를 빌려 쓴 남자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 분)의 엇갈린 로맨스를 그린다. 시라노를 맡은 딘클리지는 ‘왕좌의 게임’에서 티리온 라니스터 역을 맡아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휩쓴 배우다. 132㎝의 작은 체구에서 큰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연출도 눈여겨봐야 한다. ‘고전 로맨스의 장인’으로 불린 라이트 감독의 작품인 만큼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노래가 함께 펼쳐진다. 영화는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노토 교구에서 촬영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다음달 9일 개봉한다.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 천재 수학자 학성(최민식 분)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인 학생 지우(김동휘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민식은 “딱딱한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수학을 통해서 맺어진 인연들이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박동훈 감독도 “온화하고 우직한 영화”라며 “수학이라고 해서 절대 어렵지 않고 ‘수포자’였던 감독이 만든 영화니까 안심하고 오셔도 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